50년 미완 과제 ‘규제혁신’…기업, 자문역에서 ‘설계자’로 투입 [규제혁신 ‘기업 DNA’ 수혈]

입력 2026-04-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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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대책 현장 체감 못해⋯기간 산업 골든타임 놓치기도
주요국가, 산업정책 맞춰 조정⋯애로ㆍ건의 듣고 정책 수립

지난 50여 년간 규제 개혁은 역대 정부가 내건 단골 메뉴였지만, 기업 현장에선 늘 ‘희망 고문’에 그쳤다. 수많은 위원회와 추진단이 명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설계와 집행의 키를 쥔 관료 조직의 ‘탁상행정’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의 당위성만 요란했을 뿐, 정작 현장의 숨통을 틔워줄 실효성 있는 대책은 관료주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이달부터 기업 활동과 국민 생활 현장의 규제 애로와 건의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이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을 운영한다. 정부가 이번에는 정책 설계 단계부터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규제 개혁에 나선 것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 기업 활동과 규제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대 정권은 규제 완화를 핵심 정책 과제로 내걸고 관련 조직을 꾸려왔다. 1980년대 초 ‘성장발전 저해요인 개선위원회’를 시작으로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규제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규제개혁기획단), 이명박 정부(규제개혁추진단), 문재인 정부(규제개선추진단) 등 같은 성격의 정책이 추진됐다.

이번 추진단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로 규제 개선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다만 정책 설계 방식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가 기업을 정책 수요자가 아닌 설계 과정의 참여 주체로 끌어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규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장 잘 아는 기업 실무자가 규제 개혁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면 불필요한 규제를 걸러내고 정책 집행 과정의 혼선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방산 등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에서는 규제 대응 속도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 시장에서도 규제 개선이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설계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글로벌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도 이러한 흐름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확산 속에서 주요국들은 규제 체계를 산업 정책과 연계해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기업 유치와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정비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경쟁이 이어지면서 기존과 같은 점진적 개선 방식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실제로 국가 전략 자산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지자체 간 갈등과 환경 영향 평가 등 거미줄 같은 ‘인허가 규제’에 가로막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용인 클러스터의 경우 용수 관로 공사와 전력망 구축에만 수년이 소요되면서 기업이 공장을 짓고 싶어도 ‘인프라 규제’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착공 시점조차 가늠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번 추진단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책 설계 방식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규제 문제와 관련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혀왔다. 정책 효과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특히 신산업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첨단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는 규제 개혁을 단순한 완화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연결된 정책 과제로 보고 있다”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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