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가고 FI 온다… 투자 비중 10%→90% 전환
사모펀드 '뭉칫돈'…전통 부동산 넘어 인프라 경쟁

인공지능(AI) 열풍에 '디지털 부동산' 붐이 거세다. 챗GPT 출시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생성형 AI 열풍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 시장에서도 데이터센터는 호텔과 더불어 ‘대체투자 양대 축’으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과거 자산운용업계에서 비주류로 분류됐던 데이터센터가 이제는 가장 뜨거운 수익 모델로 급부상한 셈이다.
31일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와 삼일PwC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상업용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3조606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7243억원에서 5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2028년에는 5조5637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클라우드 시장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전체 매출은 9조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 증가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23.2%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가 3조9400억원으로 24.4% 증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서비스형 플랫폼(PaaS)은 5700억원으로 22.0%,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3조2200억원으로 24.2% 늘었다. 클라우드 수요 확대가 데이터 처리량 증가로 이어지며 데이터센터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삼일PwC는 "클라우드 및 AI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인한 인프라 수요 증가는 상업용 및 비상업용 데이터센터의 동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며 "국내 데이터센터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클라우드 수요를 중심으로 상업용 데이터센터 시장이 성장해왔으며, 2025년 이후 AI 및 6G 등 신기술 등장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투자 주체의 급격한 이동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센터는 통신사업자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삼일PwC에 따르면 2020~2023년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통신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했다. 그러나 2024~2027년 사이 이 비중은 10%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그 빈자리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채우며 전체 투자의 약 90%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자본시장 내 대형 거래는 이미 현실화됐다. 2024년 맥쿼리자산운용은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 하남 데이터센터를 7340억원에 인수했다. 스틱얼터너티브와 한투PE는 SK멀티유틸리티와 울산GPS 지분 49%를 1조6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며, KKR과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등도 SK그룹 데이터센터 신설법인 소수지분 인수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 부동산 임대를 넘어 AI 인프라 장악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이러한 상황은 데이터센터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장기 수익이 가능한 핵심 자산군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 처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전력과 냉각, 막대한 자본이 결합된 '디지털 부동산'은 국내 대체투자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AI 기술 발전 속도와 궤를 같이하는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일PwC는 "고밀도 AI 데이터센터일수록 고전력 부하 대응을 위한 에너지 인프라 확보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며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에너지 인프라 확보는 물론, 입지별 세분화 전략과 밸류체인 통합 플랫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