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유니클로 등 대형 컬래버 잦아져
“고급화 경쟁 속 본연 강점 희석 우려”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 시장에서 호화 컬래버레이션(컬래버)를 통한 고급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SPA 브랜드의 마케팅 공세로 국내 SPA 시장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가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와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맺었다. 자라는 앞으로 2년간 존 갈리아노와 기존 자라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하는 작업에 나서며 올 하반기 협업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존 갈리아노는 지방시, 크리스찬 디올, 메종 마르지엘라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자라는 존 갈리아노와의 협업으로 고급 이미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자라의 파트너십 발표 이후 패션업계에서는 SPA업계의 고급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본다. 스웨덴 브랜드 H&M과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 역시 꾸준히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어왔다. H&M은 지난해 글렌 마틴스 컬래버 컬렉션을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패션 디자이너 글렌 마틴스는 메종 마르지엘라, 디젤 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하다. 유니클로는 이달 'U 컬렉션'을 새로 선보였는데,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이 파리 유니클로 R&D센터 팀과 함께 디자인했다. 크리스토퍼 르메르는 신명품 브랜드 '르메르'의 창립자이며 에르메스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했다.
SPA업계의 컬래버는 이제 뉴노멀이 됐지만, 럭셔리 브랜드·디자이너와의 협업이 주류는 아니었다. 국내 SPA 시장에서 협업은 주로 인기 캐릭터 등의 지식재산권(IP) 위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SPA와 유명 디자이너 협업이 잦아지면서 낮은 가격에 럭셔리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는 모습이다. 실제 디자이너와의 협업 컬렉션은 국내외 소비자 사이에서 화제성이 높고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국내 패션업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수 소비 침체로 업계 전반이 어려운데,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SPA 브랜드 공세가 거세지면 국내 브랜드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 국내 SPA 시장은 고물가 양상에도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힘입어 현재 5조원대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SPA 1위 사업자는 여전히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다. 패션기업 한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와 자본력으로 맞서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국내 브랜드로선 K콘텐츠나 로컬 아티스트 등과의 협업 등 다른 차별화 전략을 꾀할 때"라고 말했다.
SPA의 고급화가 애초에 '업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컬래버로 인해 제품 가격대가 높아지거나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합리적 가격과 품질이라는 SPA 본연의 강점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이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고급화 마케팅 경쟁으로 재편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