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 딛고 공정률 70% 육박
광명역 환승 거점성 확대 기대
시흥·안산 일대도 교통 개선 기대감

지하철 5·9호선이 교차하는 여의도역 2번 출구 인근. 화려한 금융가 빌딩 숲 사이로 거대한 크레인이 육중한 팔을 뻗고 있다. 신안산선 복선전철 4-2공구 건설 현장이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펜스 너머의 소음 속에서도 금융감독원 방향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은 통행이 다소 불편한 공사판이지만, 이곳 울타리 너머 지하 깊은 곳에서는 경기 안산·시흥과 서울 도심을 단 20~30분 만에 잇는 수도권 서남부의 '대심도 혈맥'이 완성되고 있다.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은 1998년 처음 계획된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24일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신안산선은 안산(한양대)~여의도, 시흥시청~광명, 송산~원시를 잇는 총연장 44.9km의 복선전철 노선이다. 총사업비는 애초 계획보다 증액된 4조 3055억원 규모로 이 중 국고 1조 5702억원, 지방비 6723억원에 민간 자본 2조 630억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사업의 필요성은 명확하다. 서남부 지역의 고질적인 차량 정체를 해소하고 광명역과의 연계 교통체계를 구축해 철도 서비스의 정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안산선의 핵심 경쟁력은 '속도'와 '깊이'에 있다. 지하 40m 이하 대심도에 건설돼 지상 토지 이용에 영향 없이 최고 속도 110km/h로 질주한다. 3량 1편성으로 운영될 이 열차는 한양대(에리카)에서 여의도까지 급행 기준 20분대, 원시에서 여의도까지 일반 기준 40분대 주파를 목표로 한다. 기존 지하철 이용 시 100분 넘게 소요되던 시간을 최대 75%까지 단축하는 셈이다.

광명역 1번 출구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웅장하게 솟은 '광명역 써밋플레이스', 티타워 빌딩과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신안산선 5-2공구 건설공사 현장의 소리가 고요한 주거 단지의 정적을 깨운다. 성인 여성부터 어린아이까지 익숙한 듯 공사 현장을 돌아 아파트로 향한다. 공사 현장 옆을 지나가던 주민 박 씨(여성, 74세)는 "여기 공사한 지 꽤 돼서 이제 소음은 익숙하다"면서도 "개통이 또 밀렸다는 소리도 들리던데, 도대체 언제쯤 개발이 완료될지 모르겠다"며 피로감 섞인 기대감을 표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광명역 인근 도로 붕괴 사고와 여의도역 철근 붕괴 사고는 개통 시기를 늦추는 요인이 됐다. 올해 2월 27일 기준 넥스트레인(주)의 전체 공정 현황에 따르면 현재 계획 공정률은 91.03%이지만, 실적 공정률은 68.87%로 달성률은 75.66% 수준이다. 시공사와 차량 제작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공사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신안산선 복선전철의 경우 5-2공구의 사고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들은 정상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고, 올해 1월 신안산선 복선전철 철도차량 공급 계약을 체결한 현대로템 관계자 역시 "철도 차량 제작 및 공급 계약 기간은 2028년 12월 31일까지이며 이 일정 자체는 변동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신안산선 개통은 부동산 시장, 특히 역세권 상권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광명역은 단순한 KTX 경유지를 넘어 수도권 남부의 핵심 환승 거점으로서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명역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개통 지연은 안타깝지만, 서울 도심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디자인클러스터(GIDC) 등 상가가 아직 점포 주인을 찾지 못한 곳이 많지만 머지않아 훌륭한 삶의 터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광명역 1번 출구 인근의 '광명역 U플래닛 데시앙 어반브릭스' 상가는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부담 탓에 적지 않은 공실이 눈에 띄었다.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GIDC 광명역' 상가 역시 불 꺼진 공간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에 대해 상가 전문 공인중개사 B 씨는 "신안산선 개통 이후에는 광명역은 단순 KTX 이용객 중심에서 출퇴근 목적의 반복 유입 인구가 늘어나는 구조로 재편될 것 같다"면서 "음식점, 카페뿐만 아니라 병·의원, 헬스 등 생활 서비스 업종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혜는 광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안산과 시흥 일대는 신안산선 외에도 서해선, 인천발 KTX가 더해지는 '3대 핵심 라인'의 중심지로 부상 중이다. 특히 시흥 거모지구와 같은 신규 택지 지구는 신안산선 환승역인 중앙역을 통해 여의도·구로디지털단지 등 서울 핵심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안산 중앙역에서 여의도까지 30분대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직주근접 수요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시흥 거모지구 대방 엘리움 더 루체'와 같은 단지는 이러한 교통 혁명의 직접적인 수혜지로 거론되며 실거주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하철 4호선과 수인 분당선을 축으로 신안산선과 인천발 KTX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닌 수도권 서남부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美 IAU 교수)은 "신안산선은 지하 40m 이상을 뚫어 건설하는 대심도 철도로 표정속도가 100km에 육박한다"며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유사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산과 시흥이 수혜를 입는 것은 당연하지만, 철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히려 '여의도'와 같은 핵심 업무지구의 위상이 더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의 가격 반영 시점에 대해서는 "계획 발표와 착공 단계에서도 가격이 오르지만,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결정적 시점은 결국 '개통'"이라고 강조했다. 심 위원은 "현재 지연 우려가 있으나 2029년경 개통이 현실화되면 구로, 영등포 등 서울 내 수혜 지역의 가치는 다시 한번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