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설호야" 아기 호랑이 스타와 불안한 거주지 [해시태그]

입력 2026-03-10 16:22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안녕, 설호야" 아기 호랑이 스타와 불안한 거주지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안녕, 설호야" 아기 호랑이 스타와 불안한 거주지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얼굴만한 발 크기와 뽀용한 몽충미, 엄마 껌딱지. 그저 환한 웃음이 지어지는 1살 스타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맹수지만 위협은 단 1%도 없는 아기 호랑이죠. 이름조차 완벽한 ‘설호’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6월 6일 현충일, 서울대공원 맹수사에 경사가 났습니다. 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순혈 시베리아 호랑이(아무르 호랑이) '설호(雪虎)'가 태어난 건데요. 엄마 ‘펜자’와 아빠 ‘로스토프’는 모두 2010년생으로, 호랑이 평균 수명이 약 15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사람 나이로 칠순·팔순에 해당하는 초고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면서 ‘기적 같은 탄생’이라는 평가가 나왔죠.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뛰어놀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뛰어놀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생후 약 150일 후 지난해 11월 11일, 설호는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스타 설호의 탄생을 알린 순간이었습니다. 시민 참여 투표로 결정된 이름 ‘설호’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죠. 눈을 좋아하는 호랑이의 습성을 반영한 이름이면서, 서울대공원 슬로건 ‘Together with Nature(투게더 위드 네이처)’의 ‘서로’와 같은 발음을 활용해 자연과 함께하자는 뜻도 담았는데요.

설호는 ‘본투비(born to be)’ 스타입니다. 번식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고령의 어미 펜자가 낳은 귀한 외동딸이라는 점부터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24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어미의 밀착 보살핌 속에서 자라는 모녀의 모습도 눈을 뗄 수 없게 했죠. 맹수답지 않은 순한 눈빛과 지치지 않고 방사장을 누비는 활발한 행동은 설호의 ‘반전 매력’으로 꼽히는데요. 팬들이 늘어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팬들의 사진과 영상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죠.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 어미 '펜자'와 함께 들어오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 어미 '펜자'와 함께 들어오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그러나 이처럼 사랑받는 아기 호랑이 설호의 이야기 뒤에는 또 다른 우려가 나오는데요. 바로 그의 거주지죠. 설호가 지내는 서울대공원 맹수사의 안전 시스템 우려와 함께, 동물원 시설 전반의 안전 관리 문제도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설호의 부모인 펜자와 로스토프의 삶은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데요. 야생 직계 조상을 둔 순혈 아무르호랑이인 이들은 2010년 7월 각각 러시아의 동물원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2011년 5월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국 정부에 기증되면서 서울대공원에 터를 잡게 됐죠.

어미 펜자는 로스토프와 또 다른 수컷 호랑이 ‘조셉’ 사이에서 5차례 출산을 하며 총 14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 대가족의 족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짙은 슬픔이 배어 있는데요.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어미 '펜자'와 뛰어놀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어미 '펜자'와 뛰어놀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대표적인 사건이 2013년 11월 서울대공원에서 발생한 사육사 사망 사고입니다. 당시 사육장 잠금장치 결함과 관리 부실로 내실에서 풀려난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공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건 이후 로스토프는 8년 동안 비전시 공간에 격리됐고 펜자와도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야 했죠.

2021년 로스토프가 방사장으로 돌아오면서 두 호랑이는 다시 함께 살게 됐는데요. 이후 2022년 세 자매(해랑·파랑·사랑)가 태어났고 2025년에는 막내 설호까지 얻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 닥친 불행은 이어졌는데요. 2023년 5월에는 새끼 호랑이 ‘파랑’이 범백혈구감소증 감염으로 폐사했고요.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오빠 ‘수호’가 폭염 속 열사병과 심장 질환으로 숨지는 일이 벌어지며 가족은 또 한 번 큰 상실을 겪었죠.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신기한 듯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신기한 듯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이어 불과 얼마 전인 2월 18일, 또 하나의 비극이 벌어졌는데요. 설호의 친언니이자 펜자가 처음 낳은 새끼인 ‘미호(13세)’가 참혹하게 폐사한 사건이죠. 이로인해 팬들 사이에 쌓여 있던 불안과 우려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서울대공원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맹수사 호랑이(미호) 폐사 사고 자체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는 2월 18일 오후 4시 15분께 맹수사 A동 내부 방사장에서 발생했는데요. 사육사가 수컷 시베리아호랑이 ‘금강’을 외부에서 내부 방사장으로 들여보내는 과정에서, 이미 내실에 머물고 있던 미호와 맞닥뜨리며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죠.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금강은 방사장에 들어온 직후 미호의 목덜미를 물어 공격했고 결국 미호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는데요.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관람객에게 첫 공개된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 관람객들이 설호를 기다리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관람객에게 첫 공개된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 관람객들이 설호를 기다리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사고 이후 드러난 정황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비극이 불가피한 사고가 아니라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다는 점인데요. 사육사는 맹수를 이동시키기 전 방사장과 산실 사이 문 잠금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했지만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죠. 맹수 입·방사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2인 1조 근무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는데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육사 1명이 단독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죠. 이 절차 누락과 안전 관리 소홀은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의 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사고 직후 서울대공원은 “다른 개체와의 투쟁이 발생해 우리 곁을 떠났다”는 공지문을 올렸는데요. 그러나 구체적인 사고 경위가 드러나지 않은 채 모호한 표현만 담겼다는 지적이 나오며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죠. 이후 서울시의회 조사 과정에서 서울대공원은 자체 근무 지침 위반 사실을 공식 인정했고 미호가 지내던 방사장 앞에 3월 1일까지 임시 추모 공간을 마련했는데요.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좁은 내실에서 호랑이가 서로 물어 죽도록 방치된 것은 명백한 관리 실패라고 꼬집었는데요. 현장 관행을 이유로 안전 수칙이 무시되는 구조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신기한 듯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시베리아 새끼 호랑이 '설호'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신기한 듯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 설호는 현충일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뉴시스)


특히 설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던 팬들 사이에서는 남은 개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초고령인 어미 펜자와 아직 어린 설호의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죠. 2013년 사육사 사망 사고, 2023년 질병·폭염 관리 논란, 2026년 미호 폐사 사건까지 관리 부실 논란이 반복되면서 동물원이 동물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아기 호랑이 설호를 향한 따뜻한 관심이 또 다른 비극의 전조가 되지 않으려면 서울대공원의 변화가 필요한데요. 팬들과 동물단체의 의견처럼 반복된 사고와 관리 부실 논란에 대한 철저한 책임 규명, 그리고 안전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뒤따라야 합니다. 설호와 가족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거주지가 되는 기본을 말이죠.

15년 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펜자와 로스토프, 그리고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설호까지…부디 이들의 ‘안녕(安寧)’이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동시다발 교섭·생산차질…대기업·中企 ‘춘투’ 현실화 [산업계 덮친 원청 교섭의 늪]
  • "안녕, 설호야" 아기 호랑이 스타와 불안한 거주지 [해시태그]
  • 단독 김건희 자택 아크로비스타 묶였다…법원, 추징보전 일부 인용
  • '제2의 거실' 된 침실…소파 아닌 침대에서 놀고 쉰다 [데이터클립]
  • 美 철강 관세 1년…대미 수출 줄었지만 업황 ‘바닥 신호’
  • 석유 최고가격제 초강수…“주유소 수급 불균형 심화될 수도”
  • 트럼프 “전쟁 막바지” 한마디에 코스피, 5530선 회복⋯삼전ㆍSK하닉 급반등
  • '슈퍼 캐치' 터졌다⋯이정후, '행운의 목걸이' 의미는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3.1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2,784,000
    • +1.8%
    • 이더리움
    • 2,989,000
    • +0.81%
    • 비트코인 캐시
    • 653,500
    • -0.91%
    • 리플
    • 2,036
    • +1.6%
    • 솔라나
    • 126,000
    • +0.64%
    • 에이다
    • 387
    • +2.65%
    • 트론
    • 418
    • -0.24%
    • 스텔라루멘
    • 236
    • +6.31%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040
    • +12.33%
    • 체인링크
    • 13,170
    • +0.08%
    • 샌드박스
    • 119
    • -0.8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