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쓰레기 대란, ‘그린 랜드마크’로 풀길

입력 2026-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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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

서울 강남의 생활폐기물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까지 흘러 들어가는 ‘쓰레기 원정 처리’가 현실화되었다. 수도권 매립지 고갈과 직매립 금지라는 배수진 속에서 소각장 건립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폐기물 처리 시설에 대한 낡은 패러다임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혐오 시설을 지역사회의 자부심이자 소멸해가는 지방을 살리는 ‘그린 랜드마크’로 재정의하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미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폐기물 시설을 도심의 흉물이 아닌, 지역의 보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코펜힐(Copenhill)’은 소각장 지붕에 인공 스키장과 클라이밍 벽을 설치해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일본 오사카의 ‘마이시마 소각장’은 예술가 훈데르트바서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입혀 테마파크 같은 외관으로 연간 1만 명 이상의 견학객을 끌어모은다. 오스트리아 빈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슈피텔라우 소각장’ 역시 화려한 예술적 외관과 철저한 오염 방지 기술을 결합해 도시의 핵심 관광 자원이자 에너지 공급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그린 랜드마크’ 전략은 한국이 직면한 지역 소멸 위기에 강력한 해법을 제시한다.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에 세계적 수준의 건축미를 갖춘 환경 시설을 건립하고, 이를 ‘그린 관광’의 거점으로 삼는 것이다.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대규모 열대 식물원이나 온수 풀장, 스마트 팜을 조성하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찾는 휴양지가 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외부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이 된다.

단순한 관광 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에너지 복지’를 제공하는 모델도 필요하다.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열과 전기를 인근 주거지와 산업 단지에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에너지 판매 수익을 지역 발전 기금으로 환원하거나 주민들에게 ‘에너지 배당’ 형태로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소각장은 ‘내 마당에 절대 안 되는(NIMBY)’ 시설에서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PIMPY)’ 효자 시설로 인식될 것이다.

한국형 친환경 혁신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세계적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해 ‘기능’을 넘어선 ‘예술’로서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실시간 오염 물질 배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이 직접 운영을 감시하는 ‘디지털 신뢰 시스템’을 정착시켜 환경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해소해야 한다. 셋째, 시설 건립 단계부터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지역 특화 관광 모델’을 설계하는 상생의 거버넌스를 가동해야 한다.

쓰레기 대란은 단순히 버리는 장소를 찾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버린 것을 어떻게 가치 있는 자원으로 되돌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지역사회의 품격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도전이다. 환경 기술의 정점이자 지역 문화의 중심지, 그리고 지방 소멸을 막는 최전선 기지로서의 소각장을 상상해 본다. 쓰레기 처리 시설이 지역의 자랑거리가 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순환경제 강국이자 균형 발전의 선도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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