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리스크’에서 ‘존재 리스크’로…공급망 공식이 바뀌었다 [공급망 생존게임]

입력 2026-02-05 16:57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공급망 리스크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내리던 국면에서 벗어나 특정 품목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이 멈추는 ‘조달 단절’ 위험에 직면했다. 업계가 공급망을 비용 문제가 아닌 생존 변수로 인식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5일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글로벌 전략 광물 76종 가운데 약 40%인 30종은 특정 국가에 생산이 50% 이상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17종은 이미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 니오븀·마그네슘 금속·갈륨 등 일부 광물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90%를 넘는다. 한 국가의 정책 변화가 곧바로 글로벌 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특정 국가의 수출 통제나 허가 지연만으로도 부품 공장이 멈추고 생산 라인이 흔들리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4월 희토류 및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을 강화한 뒤 유럽에서 일부 자동차 부품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2023년에는 중국이 갈륨·게르마늄에 수출 허가제를 적용하면서 전력반도체·통신용 칩 제조업체들이 대체 공급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생산 중단 사례는 제한적이었지만 재고 확보 경쟁과 비용 급등으로 생산 계획 차질이 발생했다. 광물 자체 가격보다 ‘허가 지연’이 더 큰 리스크로 떠오른 것이다.

2021년에는 마그네슘 공급 부족이 유럽 제조업을 흔들었다. 중국의 전력 규제 여파로 출하가 급감하면서 유럽 업계는 11월 말 재고 소진을 경고했고 재고가 바닥나면 생산 차질과 사업장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 합금의 필수 원료다. 차체 부품과 휠, 항공 부품 등으로 연결되는 탓에 “광물 하나가 끊기면 제조업 연쇄가 멈춘다”는 불안을 키웠다.

2010년 일본 희토류 사태는 희토류의 ‘정치 리스크’를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중국이 센카쿠열도 분쟁을 계기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고 일본 자동차·전자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빚었다. 도요타, 히타치 등은 일부 공정을 중단하고 재고 비축 체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일본이 공급선 다변화와 재활용, 비축 확대에 나서는 전환점으로도 거론된다.

반복되는 공급망 리스크 속에서 기업 대응 전략도 바뀌고 있다. 단기 가격 헤지나 스폿 구매 중심의 조달 방식에서 벗어나 △재고 확대 △장기 구매 계약 △공급처 다변화가 기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기업은 핵심 소재를 선제적으로 비축하거나, 정치·외교 리스크가 낮은 국가와 장기 계약을 체결해 ‘가격 프리미엄’을 감수하는 선택도 하고 있다. 원가 상승을 감내하더라도 공급 안정성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변수로 공급이 끊길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됐다”고 지적한다. 전략 광물은 더 이상 원자재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정학 자산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6년 새해맞이 ‘다음채널·지면 구독’ 특별 이벤트
  • "너무 빠르다" "지금도 늦어"… 'ESG 공시' 의무화 동상이몽
  • 헌혈이 '두쫀쿠'와 '성심당'으로 돌아왔다
  • 광물이 무기가 된 시대⋯각국 ‘탈중국’ 총력전 [공급망 생존게임]
  • 단독 쿼드운용, 한국단자에 회계장부·의사록 열람 요구…내부거래 겨냥 주주서한
  • 겨울방학 학부모 최대고민은 "삼시 세끼 밥 준비" [데이터클립]
  • 중국판 ‘빅쇼트’…금으로 4조원 번 억만장자, 이번엔 ‘은 폭락’ 베팅
  • '로봇·바이오' 기업들, 주가 급등에 유상증자 카드 '만지작'
  • 오늘의 상승종목

  • 0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3,456,000
    • -7.96%
    • 이더리움
    • 3,058,000
    • -8.09%
    • 비트코인 캐시
    • 753,000
    • -3.83%
    • 리플
    • 2,004
    • -14.76%
    • 솔라나
    • 132,000
    • -6.85%
    • 에이다
    • 401
    • -8.66%
    • 트론
    • 412
    • -3.06%
    • 스텔라루멘
    • 234
    • -10%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140
    • -9.4%
    • 체인링크
    • 13,160
    • -7.06%
    • 샌드박스
    • 135
    • -8.1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