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처럼 분석해줘”⋯증권사 리포트 말고 ‘AI 프롬프트’로 눈 돌리는 개미들

입력 2026-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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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e] 당신은 사용자의 자산을 방어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용된 ‘다정하지만 냉철한 투자 파트너’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주식 투자용 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롬프트의 첫 문장이다. 게시자는 “스팩 13호 얼마에 팔까?” 등 궁금한 점이 생기면 문장 앞에 “[질문]”을 붙이면 더 좋은 대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글에는 “고맙다”, “AI는 이렇게 쓰는 거구나” 등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불법 리딩방·선행매매로 얼룩진 투자 시장에 생성형 AI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의 추천에 의존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프롬프트(명령어)를 설계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개인 AI 퀀트’ 시대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X(구 트위터), 레딧, 블라인드 등 국내외 주요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주식 투자 프롬프트를 공유하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 종목 추천에 그치지 않았다. 상세한 프롬프트를 제시하며 스프레드시트, 거시경제 지표, 기술적 분석 차트 등 방대한 정보를 활용한 심층적인 판단을 AI에게 요청했다.

(출처=더쿠, 블라인드, 인프랩 캡처 사진)
(출처=더쿠, 블라인드, 인프랩 캡처 사진)

나아가 주식 투자 AI 프롬프트를 제작해 판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는 ”워렌 버핏이 살 만한 주식 추천해줘”라는 이름의 AI 프롬프트를 제작해 33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는 자동으로 종목 추천해주는 AI 프롬프트를 판매한다는 다수의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투자 정보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에는 선행매매를 통해 58억9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유명 주식 유튜버 슈퍼개미(김정환ㆍ57)의 실형이 확정됐다. 불법 '주식 리딩방' 사건이 잇따르며 전문가와 인플루언서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타인의 추천 대신 AI를 활용해 직접 데이터를 검증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권 금융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2026년 신년 목표로 AI 기반의 '초개인화 자산관리'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AI PB(프라이빗 뱅커)의 도입 등 투자 의사 결정과 영업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유진AI’는 AI를 활용해 투자 경험이 적은 고객도 쉽게 매매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통적인 시장 분석가인 애널리스트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애널리스트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에 따르면, 국내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을 바탕으로 한 초과수익률은 2013년 이후 사실상 소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애널리스트의 정보력 우위가 사라지고 낙관적 편향에 따른 변별력이 약화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 애널리스트의 글은 대중 눈높이에 맞춘 글이 아니다보니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생성형 AI나 인플루언서가 쉬운 언어로 빠르고 직관적으로 전달해주는 걸 듣는 게 의미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AI 프롬프트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너선 홀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은 2024년 5월 연설에서 AI 투자를 ‘딥 트레이딩 에이전트’로 표현하며 "금융 시장을 점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고, 규제 당국이 제시하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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