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결 절차적 문제 불거져
'사외이사 자격 상실' 인지 못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여부 주목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KT에 대한 주주권 행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박윤영 차기 대표 후보자가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인 가운데 KT 이사회 의결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T 전·현직 임원과 직원들로 구성된 ‘K-Business연구포럼’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에 KT CEO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으며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공단의 수탁자 책임 활동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는 취지의 공문을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의결의 정당성 문제는 지난해 박 후보자 선임 당시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자격 상실로 해임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2023년 6월 KT 사외이사로 선임된 조 전 이사는 2024년 3월 KT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변경되면서 상법상 사외이사 자격을 상실했다. 조 전 이사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사외이사를 겸직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T 이사회는 이 같은 사실을 약 1년 8개월 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24년 3월 이후 조 전 이사가 참여한 이사회 및 위원회 의결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2년 민영화 이후 KT에선 공공성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 왔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KT 이사회가 조직 개편 및 부문장급 경영임원, 법무실장에 대한 임명 시 사전심의∙의결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KT 내부에선 CEO의 고유 권한인 인사까지 이사회가 관여하는 것이 맞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KT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8.07%)과 함께 KT 지분 약 7.54%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은 2022년 11월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과 윤경림 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의 임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전례가 있다.
올해 국민연금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범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 등이 지난달 말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는 기관투자자가 작성한 이행보고서를 검토·의결하는 이행점검 절차가 새로 도입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일 시무식에서 수탁자 책임 강화를 예고했다. 이후 14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도 “책임투자 원칙을 더욱 강화하고 ESG전략을 전 부문에 확대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연금 수익을 함께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기조 역시 국민연금의 적극적 역할을 뒷받침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 업무 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권한을 심하게 행사하면 안 되지만 주권을 가진 주주로서 최소한은 해야 한다"며 "원시적, 후진적 경영을 하는 기업엔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KT 내부에서는 2023년 대표 선임 과정을 둘러싼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KT 전직 임원은 “박 후보자가 논란이 많은 KT 이사회를 쇄신하고 거버넌스를 재정립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며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 전에 KT 이사회를 둘러싼 논란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