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산업재해로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짊어졌던 대한민국 산업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측형 안전관리’로 대전환을 시도한다. 위험 징후를 찰나의 순간에 포착해 사고를 원천 봉쇄하는 AI 안전 시스템이 중대 재해를 차단하는 핵심 병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현장에서 AI 영상 분석, 웨어러블 센서, 디지털 트윈 등 신기술을 활용한 산업안전 솔루션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용태 숭실대 스파르탄SW교육원장은 “AI의 핵심은 예측”이라며 “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현장의 수요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보안업체 에스원이 자사 고객 2만7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보완하고 싶은 보안시스템’으로 ‘사고 전 위험 감지(49%)’와 ’실시간 모니터링(36%)’이 가장 많이 꼽혔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에스원은 ‘AI가 바꾸는 보안 패러다임, 탐지에서 예측으로의 전환’을 ‘2026년 보안 트렌드’로 제시했다.
신기술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원그룹의 물류회사인 동원로엑스는 화학물질 특화 물류센터 운영을 위해 보안업체 에스원의 ‘스마트 비디오 매니지먼트 시스템(SVMS) 안전모니터링’을 도입해 산업재해 위험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AI CCTV가 안전모 미착용, 방독면 미착용, 위험구역 진입, 쓰러짐, 단독 작업, 화재 등 6가지 위험 상황을 자동 감지·분석한다.
건설·제조 현장에서 반복되는 추락 사고를 줄이는 웨어러블 기반 안전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산업용 안전 솔루션 기업 세이프웨어는 에어백형 웨어러블을 현장에 공급한다. 자체 개발한 AI 기반 사고 인식 알고리즘 ‘X-모션 AI’는 누적된 사고 모션 데이터를 학습해 위험 상황을 정밀하게 감지한다. 0.001초 단위로 에어백을 작동시켜 중대 사고를 예방하도록 설계됐다.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 안전예방 신기술 10선’에는 현장 적용성이 높은 국내 기술 5개가 포함됐다. 나우시스템의 AI 기반 스마트 안전 통합 시스템은 AI 카메라와 대기오염 측정기, 다중 경보장치를 결합했다. 스토리포유의 AIoT 스마트안전 솔루션 ‘무사고(MUSAGO)’는 센서 데이터 수집·AI 분석·실시간 관제·보고 자동화까지 아우른다.
엔젤스윙은 드론과 센서 데이터로 건설현장의 3D 디지털 트윈을 구현했다. 도면과 실제 시공을 비교해 추락·충돌 위험 구간을 설계·시공 단계부터 파악할 수 있다. 삼성물산과 국제산업렌탈이 공동 개발한 건설용 리프트 자동점검·모니터링 시스템은 장비 이상을 상시 감시하며 SK텔레콤의 ‘AI 산업안전 패키지’는 AI 영상 관제, AR·VR 안전 교육, 작업자 안전관리, 환경·설비 모니터링을 통합해 제공한다.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선임연구원은 “AI 도입으로 장비나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기존에 발생하던 안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최근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R&D 사업도 산업재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AI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