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금융 결합해 생태계 다지고
선언 아닌 분석으로 경쟁력 키워야

2026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다시 한번 경제와 산업의 방향을 묻는다. 한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한류는 대중문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산업이자 국가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한류는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라는 질문보다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은 문화산업의 창작, 제작, 유통, 소비 전 과정을 재편하고 있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K컬처의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점검하고 다음 단계를 설계할 수 있는 냉정한 시선이다.
국가의 경제적 상태를 설명하는 이론은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이 아니다. 복잡한 현실을 이해 가능하게 만들고 정책 선택의 기준을 제공하는 실천적 도구다. 국가경제와 산업 경쟁력은 정부 정책, 기업 전략, 시장의 반응, 개인의 선택이 얽혀 형성되는 결과물이다. AI 시대에는 여기에 데이터, 알고리즘,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진다. 이론 없이 현실을 바라보면 현상은 나열되지만 인과관계는 흐려지고, 정책은 단기적 대응에 머물기 쉽다.
국가경쟁력을 설명하는 이론 가운데 산업정책에 특히 유용한 틀은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이다. 이 모델은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단일 다이아몬드가 제시한 네 가지 요소 ‘요소조건, 수요조건, 관련 및 지원산업, 기업의 전략·구조·경쟁’를 국내 차원에만 한정하지 않고 국제적 차원과 결합해 분석한다. 문화산업의 특성상 이러한 확장 관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AI 기반 문화산업에서는 국내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역량이 글로벌 플랫폼과 연결되며 경쟁력을 형성한다.
문화산업의 요소조건은 단순한 노동이나 자본에 그치지 않는다. 기획·창작 능력, 디지털 기술, 지식재산(IP) 관리 능력과 같은 고급의 전문화된 요소가 핵심이며, AI 시대에는 데이터 접근성, 컴퓨팅 인프라, AI 활용 역량이 중요한 생산요소로 추가된다. 더블 다이아몬드 관점에서는 해외 인재와 기술, 글로벌 자본 역시 이러한 요소조건의 일부다. 정부 역할은 단순한 제작 지원을 넘어,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해외 협력과 기술 이전이 국내 산업의 학습 효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문화산업에서 수요는 단순한 소비 규모가 아니라 콘텐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압력이다. 특히 AI 기반 추천과 개인화가 강화된 환경에서는 해외의 고급 수요가 창작과 기획에 더욱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해외 수요는 단순한 수출 대상이 아니라 국내 산업 고도화의 원천으로 작용하며, 한류의 질적 도약을 자극하는 핵심 요소다.
문화산업은 결코 단독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을 뒷받침하는 기술, 금융·투자, 지식재산 서비스, 플랫폼이 함께 작동할 때 경쟁력이 형성된다. 더블 다이아몬드 관점에서는 이러한 지원산업 역시 국경을 넘어 연결된 생태계로 인식된다. 정부는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산업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성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AI 기반 콘텐츠 환경에서는 실패 비용은 낮아지고, 실험 속도는 빨라진다. 이는 단순한 제작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학습과 진화가 가능해지는 조건의 변화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은 데이터와 노하우로 축적되어 다시 기획과 제작 단계로 환류되며, 국내 산업 구조와 기업 전략을 재편한다.
AI 시대에 한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감동과 의지는 출발점일 뿐이며, 탄탄한 이론에 기반한 분석과 전략으로 이어질 때 산업의 힘이 된다. 2026년은 한류가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단계를 넘어, AI 시대에 걸맞은 경쟁 구조를 설계하는 전환점이다. 감동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