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웹툰산업 ‘경제 언어’로 말할 때다

입력 2026-0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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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웹툰은 더 이상 일반적인 콘텐츠 형식 중 하나로 다루어져서는 안된다. 한국 사회에서 웹툰은 이미 하나의 장르를 넘어, 창작 산업으로서 문화 산업이자 플랫폼 산업으로서 경제 산업이며, 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 산업일 뿐만 아니라 플랫폼·기술·데이터·수출이 결합 된 디지털 산업 그리고 수출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빨랐고, 2025년은 그 성장의 결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해다. 이제 웹툰은 문화 정책의 영역을 넘어, 산업·기술·경제 정책의 언어로 다뤄져야 할 단계에 들어섰다.

2024년 기준 한국 웹툰 산업 매출은 약 2조2800억 원 규모로, 2년 연속 2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웹툰이 명실상부한 국가 콘텐츠 산업의 핵심축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는 신작 수와 전체 등록 작품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는 창작 역량의 위축이라기보다, 제작비 상승과 수익성 압박, 장르적 편중화의 집중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다. 산업은 이제 양적 확대 국면을 지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해야 하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 구조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현재 웹툰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중심의 양강 체제가 고착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중소 플랫폼과 제작사들은 장르 특화나 해외 시장 공략으로 생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진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정 경쟁과 산업 다양성 측면에서 정책적 점검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기술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웹툰 산업에서 AI는 더 이상 실험적 도구가 아니라, 유통과 제작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추천 알고리즘은 콘텐츠 노출 구조를 재편했고, 제작 현장에서는 AI 보조 도구가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적, 기술적 관점과 더불어 창의적 관점에서의 정책적 검토와 가이드 제안이 병행돼야 한다.

웹툰·웹소설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정책 흐름도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제 웹툰은 종이책 중심의 출판 논리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때 가격 자율화는 글로벌 경쟁력과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가격 경쟁 심화와 창작자 수익 불안정이라는 위험도 동반한다.

따라서 도서정가제 제외 이후 정책의 핵심은 단순 규제를 넘어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 맞는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성이란 가격 통제가 아니라, 플랫폼과 창작자 사이의 거래 질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정산 구조의 투명성, 계약의 일방적 변경 방지, 알고리즘 노출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 책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속가능성 역시 보호 위주의 접근이 아니라, 창작자가 계속 창작할 수 있고 산업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웹툰은 이제 단순한 작품 단위의 개념이나 콘텐츠 수출품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 포맷과 플랫폼 운영 역량 자체가 하나의 산업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2026년에 접어든 지금, 웹툰 산업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확장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정책적 상상력이다. 웹툰은 한국이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이 만들어낸 디지털 산업 모델이다. 이제 그 다음 단계를 결정할 언어는 창작의 언어가 아니라, 경제의 언어, 정책과 제도의 언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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