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이 '일과 생활이 조화로운 도시'라는 평가를 다시 받아들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일·생활 균형 지수'에서 부산이 전국 2위, 특·광역시 중 1위를 차지하며 워라밸 도시의 위상을 회복했다. 한때 중위권으로 밀려났던 순위를 1년 만에 되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시는 5일 고용노동부(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위탁)가 발표한 '2024년 일·생활 균형 지수'에서 가점을 포함해 73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전남(75.6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이며, 서울(72.8점)을 제치고 특·광역시 중 1위에 올랐다.
이번 점수는 전년(65.3점) 대비 7.7점 상승한 것으로, 2017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단기간의 반등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정책 효과가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의 순위 급등을 이끈 핵심은 '일' 영역이다. 부산은 이 부문에서 전년 전국 15위에서 올해 1위로 무려 14계단을 뛰어올랐다. 초과 근로시간 감소, 유연근무제 도입과 이용률 증가, 휴가 사용 확대 등 근로환경의 질적 변화가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초과 근로시간 점수는 1.7점에서 2.3점으로 △유연근무제 도입은 1.2점에서 2.5점으로 △유연근무제 이용률은 3.1점에서 4.8점으로 △휴가 사용 일수는 1.1점에서 2.3점으로 각각 상승했다.
특히 유연근무제 ‘이용률’의 급상승은 제도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도는 있지만 쓰지 못하는 직장 문화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부산은 ‘생활’, ‘제도’, ‘지자체 관심도’ 영역에서도 모두 중위권 이상을 기록했다. 문화·여가 인프라, 보육·돌봄 여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제도 운영, 지자체의 정책 의지 등이 고르게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활성화를 평가하는 ‘가점’ 영역에서는 만점을 획득했다.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조례 제정과 지원 사업 추진 등이 맞벌이 가정의 부담 완화라는 정책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성과는 단기 처방의 결과가 아니다. 부산시는 2018년 ‘일·생활 균형 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전담 조직과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관련 정책을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소규모 기업 대상 홍보 강화, 맞춤형 컨설팅, 워라밸 직장교육, 우수기업 선정과 캠페인 등 현장 밀착형 사업에 집중했다.
매년 운영해 온 '워라밸 주간'도 시민 체감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영화 관람, 요트 체험 등 가족·직장 동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생활 균형을 추상적 가치가 아닌 일상의 경험으로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부산시는 올해 중소기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설명회’를 확대하는 등 정책 사각지대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제도를 몰라서, 인력이 부족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결과는 일·생활 균형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울여온 노력의 성과”라며 “앞으로도 기업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일·생활 균형 행복 도시 부산’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순위 회복은 부산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확산과 조직 문화 개선, 체감도 제고라는 과제가 뒤따른다. 워라밸이 ‘점수’가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부산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