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부담으로 우울증 악화된 공무원 사망…法 "순직유족급여 대상"

입력 2026-0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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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와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 인정"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돼 극단적 선택에 이른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방교육행정 공무원이었던 고(故) A 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06년 지방교육행정 공무원으로 임용돼 교육지원청과 문화관, 도서관 등을 거쳐 2022년 1월 모 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3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질병휴직에 들어갔다가 7월 복직해 모 도서관으로 발령받았으며, 복직 약 한 달 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A 씨의 배우자는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돼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며 그해 9월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업무수행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사망에 이를 만한 업무적 소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와 관련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학교 행정실장으로서 회계·시설관리 등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책임자 역할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직무 변화로 A 씨가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부임 직후인 2022년 1월 약 44시간, 2월 약 22시간의 시간외 근무를 하며 업무에 적응하려 했던 점을 인정했다.

또 행정실장 부임 이후 지인과 가족에게 업무 고충을 자주 토로하며 심리적 부담을 호소해 온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우울증 상담 과정에서 A 씨가 "일요일에도 출근했고 전날에도 관사에 남아 있었다", "실장 업무가 너무 힘들다", "해보지 않은 업무라 낯설고 다른 직원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애썼지만 잘되지 않았다", "도움을 받을 곳도, 시간도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들어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 결과를 토대로 "A 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무상 질병은 공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며, 공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규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업무상 부담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른 요인과 중복해 작용해 우울증이 재발·악화됐다면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인사혁신처의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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