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병오년 신년 운세 보는 법⋯요즘은 줄 안 섭니다! [솔드아웃]

입력 2026-01-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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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새해가 시작되면 꼭 챙기는 루틴이 있습니다. 축하 이모티콘과 함께 새해 인사를 전하고, 다이어리를 새로 사죠. 운세를 들여다보는 일도 빠지지 않는데요. 2026년 병오년에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다만, 그 방식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습니다. 신년 운세를 둘러싼 풍경은 어느새 디지털에 완전히 스며들었는데요. 포털과 메신저, 심지어는 금융·패션 관련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앞다퉈 '운세'를 꺼내 들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감각도 훨씬 가볍고 일상적인 쪽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이 하나의 문화로도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년 운세는 더 이상 혼자 조용히 보는 점괘가 아니라 공유하고 웃고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됐죠.

▲아일릿 미니 1집 '슈퍼 리얼 미(SUPER REAL ME)' 앨범 커버, NCT 도영 앙코르 콘서트 '유어스(Yours)' 굿 럭 돌 키링. (출처=빌리프랩, SM엔터테인먼트)
▲아일릿 미니 1집 '슈퍼 리얼 미(SUPER REAL ME)' 앨범 커버, NCT 도영 앙코르 콘서트 '유어스(Yours)' 굿 럭 돌 키링. (출처=빌리프랩, SM엔터테인먼트)

'새해 첫 곡'부터 액막이 굿즈까지…콘텐츠가 된 운세

새해 첫날인 1일 0시 0분, 가장 먼저 재생한 노래가 한 해의 운을 좌우한다는 믿음(?)은 이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이른바 '새해 첫 곡' 문화인데요. 단순히 음악을 듣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소망을 담은 곡을 고르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며 올 한 해 나의 행운을 바라고 서로의 새해도 응원하는 디지털 놀이로 확장됐죠.

선곡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습니다. 희망이나 성취를 상징하는 가사가 핵심인데요. '모두 다 이뤄질 거야'라는 가사로 매년 새해 첫 곡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그룹 우주소녀의 '이루리'를 비롯해,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노래한 NCT 드림의 '헬로 퓨처(Hello Future)', 자기 확신을 강조한 아이브의 '아이 엠(I AM)', '레블 하트(REBEL HEART)' 등이 대표적입니다. 원필의 '행운을 빌어줘', 세븐틴 '홈런(HOME;RUN)', 아일릿 '럭키 걸 신드롬(Lucky Girl Syndrome)'도 빠질 수 없죠.

재밌는 건 K팝 가수들도 이 흐름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새해 첫 곡을 팬들에게 공유하거나 노래를 추천한 이들도 적지 않은데요. 르세라핌 채원은 '럭키 걸 신드롬'을, 펜타곤 후이는 송대관의 '유행가', 조유리와 예나는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추천하거나 듣는 모습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역주행도 매년 찾아옵니다. 지난해 발매된 '레블 하트'부터 '럭키 걸 신드롬'(2024), '이루리'(2019) 등은 1일 음원 사이트 멜론의 톱100 차트 상위권에 또 한 번 진입하거나 순위를 껑충 끌어올렸습니다.

실물의 운을 챙기려는 움직임도 포착됩니다. 유통 업계에서는 각종 신년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올해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인 만큼 말의 이미지를 활용한 신제품이나 패키지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크리스피크림 도넛은 '복받으란말이야'라는 언어 유희를 활용한 신제품 4종을 출시했고요. 뚜레쥬르는 밝은 미래와 희망을 의미하는 무지개 컬러를 바탕으로 행운을 상징하는 유니콘 장식이 올라간 신년 한정 제품 '유니콘 드림 케이크'를 공개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온라인 셀렉트숍 29CM에 스타벅스 브랜드관을 열고 셰틀랜드 포니 캐릭터로 디자인한 머그, 텀블러, 인형, 키체인 등 9종의 신년 기획 굿즈를 판매합니다. 신년 굿즈는 매년 십이간지를 주제로 소개되는 스타벅스 글로벌 공통 상품으로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되죠.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NCT 멤버 도영은 지난해 10월 열린 앙코르 콘서트 머천다이즈(MD)로 그의 공식 캐릭터인 '도궁빵' 액막이 키링을 선보였고요. 정세운은 2026 시즌그리팅의 테마를 '행운'으로 설정해 네잎클로버 키링, 체인, 포토카드 등을 선보였습니다.

'운을 챙긴다'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상품이 되는 모습입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챗GPT·제미나이로 사주 풀이 하는 법

신년 운세 풍경을 바꾼 또 하나의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입니다. 점집 앞에 줄을 서거나 예약 시간을 맞추기 위해 스케줄을 조정하던 일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켜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는데요. 자신의 생년월일과 이름 등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풀이가 나오는 'AI 사주'가 빠르게 대중화된 겁니다.

특히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로도 운세 확인이 가능합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주 풀이 프롬프트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는데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AI라는 점을 활용해 사주팔자의 구성 원리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그럴듯한 해석을 도출할 수 있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만세력 사이트나 앱을 통해 내 사주팔자의 뼈대를 확인한 뒤, 이 자료를 복사해 챗GPT나 제미나이에 붙여넣고 '전통 명리학 체계를 기반으로 올해 사주를 분석해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대기 시간도, 비용 부담도 없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렇다 보니 네이버·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는 기본이고 금융·패션 앱까지 운세 콘텐츠를 앞다퉈 선보이면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매일 앱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상품까지 노출하는 '감정적인 키'로 운세를 활용하는 셈이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단순한 미신?"…신년 운세, 왜 보냐면요

이때 중요한 건 정확성 여부는 아닙니다. 사주는 미래를 단정 짓기보다는 불확실한 한 해를 시작하며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참고 자료에 가까운데요. 특히 Z세대에게 운세는 미래를 예언 받는 행위라기보다 새해라는 시점을 활용해 삶의 방향을 정리하는 하나의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 흐름은 최근 트렌드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Z세대 트렌드 2026'에서 Z세대가 장기 불황과 사회적 갈등, 기후 위기 속에서 쌓이는 불안을 단순히 감정으로 느끼는 데 머물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타인과 사회가 결핍한 가치를 채우는 방식으로 진화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메타인지'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라면, '메타센싱'은 자신의 감정을 감지하고 객관적으로 인지하며 그 원인을 분석해 행동으로 조율하는 감정 관리 능력이라는 설명이죠.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환경에서 Z세대는 변하지 않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영역, '감정'에 주목한다는 건데요.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컨트롤하기 위해 챗GPT에 감정과 경험을 상세하게 공유하며 분석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위 역시 이 같은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신년 운세와 AI 사주 역시 정확한 예측보다는 감정 정리에 가깝습니다. 불확실한 한 해를 시작하며 막연한 불안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기대와 걱정을 언어로 정리하고 마음의 기준점을 세우는 과정인 셈이죠.

운세가 혼자만 간직하는 비밀이 아니라 공유하는 놀이가 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온라인 사주 결과를 캡처해 친구들과 나누고, '금전운', '연애운' 같은 키워드를 해시태그와 함께 소비합니다. 귀여운 부적 이미지를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거나, 타로 영상을 보며 마음에 드는 문장만 골라 저장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죠. '연인과 재회하는 주파수', '돈 들어오는 주파수' 등 듣기만 해도 복이 들어온다는 '주파수 영상'을 비튼 '공룡 되는 주파수' 밈(meme)이 등장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운세가 엄숙한 예언이 아니라, 가볍게 믿고 웃고 나눌 수 있는 콘텐츠로도 통하고 있다는 뜻이죠.

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보기 위한 시도 중 하나.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Z세대가 운세를 찾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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