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MSG] "돈 주면 나가게 해줄게"⋯가석방 제도 악용 범죄들

입력 2026-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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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가석방이란 일정 기간 이상 형을 집행한 수형자 중 재범 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는 등 조건에 해당하면 형기의 집행을 면제해 사회로 복귀시키는 제도다. 형이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석방'이다. 가석방 기간 중 범죄를 저지르거나 조건을 위반하면 즉시 취소되고 남은 형을 다시 살아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일 신년사를 통해 "모범수형자에 대한 가석방을 확대하고 교정공무원 처우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수용자와 교정공무원의 인권이 함께 존중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최근 재범 위험이 낮은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 비율을 단계적으로 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교정시설 과밀 문제, 교정 비용, 사회 복귀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다. 형기의 상당 부분을 성실히 복역했고 교정 효과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더 이상의 수용이 오히려 국가적 손실이 된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일반 수형자는 형기의 약 3분의 2(67%) 이상을 채워야 심사 대상에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가석방 사례는 체감상 형 집행률이 매우 높은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일부 재벌·정치인의 경우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가석방된 사례가 반복되면서 가석방이 특권처럼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석방 제도를 악용하는 범죄도 적지 않다. 몇 해 전 일부 변호사들은 가석방을 진행해주겠다고 속여 수감자나 가족들로부터 돈을 받아 논란이 된 적 있다. 당시 교도소 내부에는 "변호사는 가석방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경고문이 붙기도 했다. 지금도 가석방에 관여해준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일이 꽤 있다고 한다.

심지어 구속된 피고인들끼리도 "가석방이 가능한 연줄이 밖에 있는데, 금전 작업이 필요하다"며 가석방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데, 이에 속아 돈을 주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정작 갇혀 있는 본인은 못 나가면서 다른 사람은 내보내주겠다는 얘기를 믿는 셈이다. 가석방은 철저히 형벌을 집행·관리하는 기관의 판단 영역이며, 변호사가 개입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가석방이 가능한 범죄, 불가능한 범죄도 구분돼 있다. 살인 미수죄는 제한사범에 해당해 가석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재판 과정에서 상해나 특수상해 혐의로 공소장이 변경되거나 선고가 난다면 가석방이 가능해진다. 또 일부라도 변제한 경우에는 가석방 심사에 가까워질 수 있다. 추징금과 벌금은 완납해야 적격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한때 마약사범과 성범죄는 가석방 제한 사유에 속했다. 최근에는 단순 투약 사범이고, 교도소 내 재활 교육을 이수해 출소 후 치료 조건부 가석방에 동의할 경우 가석방 심사 대상으로 포함되기도 한다. 교정시설 내에서 징벌 처분을 받았거나 일정 등급 이하라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보라 변호사는 "피해자가 없거나, 피해가 충분히 회복되어 피해자가 더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 상태이고 수형자가 진지하게 반성해 재범 위험이 낮다고 평가된다면 계속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키울 수 있다"며 "가석방은 누구를 얼마나 빨리 풀어주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풀어줘도 사회가 더 안전해지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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