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막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면서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망막혈관폐쇄’ 환자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별다른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조기 대응이 어려운 만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전신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4년 5만471명에서 2023년 8만5980명으로 10년 사이 약 70% 증가했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혈관성 질환 유병률이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망막혈관폐쇄는 망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시력 감소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전신 혈관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고혈압과 동맥경화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을 함께 앓고 있을 경우 발병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며, 최근 젊은 층에서도 고혈압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연령과 관계없이 주의해야 한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뚜렷한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통증 없이 한쪽 눈이 갑자기 흐려지거나 시야 일부가 가려지는 형태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 상당수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안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망막혈관폐쇄는 막힌 혈관의 종류에 따라 크게 망막동맥폐쇄와 망막정맥폐쇄로 나뉜다. 망막동맥폐쇄는 주로 경동맥이나 심장에서 발생한 색전 또는 혈전에 의해 발생하며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성 심뇌혈관 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통증 없이 갑작스럽게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심한 시력 저하가 나타나는 응급질환이다. 증상 발생 시 즉각적인 진료가 필요하지만 환자 스스로 응급 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해 병원 방문이 늦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망막정맥폐쇄는 폐쇄 부위와 범위에 따라 예후 차이가 크다. 황반 허혈이 없는 경우에는 망막 출혈이나 황반부종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흡수돼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광범위한 허혈이나 출혈이 동반되면 적극적인 치료에도 시력 회복이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망막정맥폐쇄는 반대쪽 눈에서도 발생하거나 양안에 순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진단 이후에도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 치료 등을 통해 황반부종을 조절하고 합병증을 줄이는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망막혈관폐쇄가 발생한 경우, 혈압이나 혈당을 조절하더라도 발병 이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렵다. 다만 전신 질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치료를 병행하면 망막 출혈 감소와 황반부종 호전을 통해 시력 저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 금연·절주 등 생활습관 개선 역시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망막혈관폐쇄는 유리체출혈, 황반부종, 신생혈관 녹내장 등 시력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망막동맥폐쇄는 눈에 생긴 문제를 넘어 전신 혈관 질환의 경고 신호일 수 있어 심장 및 뇌혈관에 대한 정밀 검사와 함께 통합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김예지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전신 질환 관리를 통해 눈 건강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시야 이상이 느껴질 경우 지체하지 말고 안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