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걸음마 수준에 구호만 요란
정책 불확실성에 시장 키우지 못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석탄발전소의 암모니아 혼소(混燒·co-firing)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진행 중이던 2025년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입찰도 전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분명하지 않고, 정부의 2040년 석탄 발전 퇴출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4년 전 수소경제의 출범을 요란하게 자랑하던 문재인 정부의 암모니아 혼소에 관한 입장을 거부해 버린 것이다.
정부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화력의 ‘수소 혼소’ 전망도 마냥 밝은 것이 아니다. 수소 혼소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것도 아니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분명하게 확인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수소 혼소 기술에서는 수소의 생산·저장·운반·활용 과정에서 투입된 에너지의 80% 이상이 손실된다는 학술적 분석도 있다. 수소의 고온 연소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질소산화물도 걱정해야 한다. 유럽의 BMW 등이 수소내연기관 엔진(HICE)을 포기한 것도 낮은 연비·출력과 함께 높은 연소 온도에서 질소산화물의 발생을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kg당 1만 원을 훌쩍 넘는 수소의 공급 가격에 따른 경제성도 걱정해야 하고, 수소의 폭발 위험성도 걸림돌이다. 수소 가스 폭발의 위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과 2019년의 강릉 폭발 사고에서 분명하게 확인됐다. 발전소에서 대량의 수소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투입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수소 연료만 사용하는 ‘전소(全燒)용 터빈’ 개발 전망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소의 kg당 발열량은 천연가스의 3배가 넘을 정도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의 밀도는 천연가스의 9분의 1도 안 될 만큼 작다. 결과적으로 전적으로 수소 연료만 사용하는 대형 가스 터빈의 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그레이 수소를 이용하는 전력 생산은 탄소중립을 앞세운 엉터리 ‘그린워싱’이다. 블루 수소의 생산에 필요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에서도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수전해(水電解) 기술을 이용한다고 사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태양광·풍력 전기를 이용하는 ‘그린 수소’나 원전의 전기를 이용하는 ‘핑크 수소’를 사용하더라도 열역학적 순환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소 생산에 쓰는 전기를 소비자가 직접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수소경제를 자랑하기 위해 공연히 전기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
세계 최초로 ‘수소법’까지 제정하면서 요란하게 출발한 수소경제가 제대로 닻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마땅한 기술이 없고, 수소의 생산도 여전히 ‘청정수소’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천연가스의 개질(改質)에 의한 ‘그레이 수소’에 머물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진정한 ‘그린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기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실제로 올해까지 연간 10만 대의 양산체계를 갖추고, 2040년까지 620만 대를 보급하겠다던 ‘수소차’(수소연료전지차)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의 판매 실적이 고작 8970대로 작년 동기보다 무려 9.8%나 줄었다. 그런데도 글로벌 시장에서 넥소를 생산하는 현대차의 점유율은 55.7%로 전년 동기의 31.1%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세계 1위가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나홀로 뛰는 경주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도 믿을 것은 아니다. 수소를 이용해서 철광석에 들어있는 산화철을 순수한 철로 환원할 수 있는 것은 화학적 진실이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로 생산한 철의 품질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낯선 수소환원제철로 생산한 철에서 우리가 원하는 품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정부가 책임지고 수소 가격을 2028년까지 kg당 2500원 수준으로 공급할 테니 안심하라”는 기후부 장관의 말은 도무지 믿을 것이 아니다. 수소의 공급 가격은 정부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제조업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산업용 전기요금도 깎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기후부의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