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지하철의 상징이었던 메트로카드가 3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제 긁지 않고 한국처럼 디지털 태그하는 방식으로 전면 전환된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뉴욕 지하철의 메트로카드는 올해 연말까지만 구매나 충전이 가능하다. 이후 교통 시스템은 신용카드, 휴대전화 또는 기타 스마트 기기를 단말기에 갖다 대는 방식으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비접촉 결제 시스템 ‘옴니(OMNY)’로 바뀐다.
교통당국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과 버스 이용의 90% 이상이 2019년에 도입된 이 ‘탭 앤 고’ 시스템으로 결제되고 있다. 런던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사한 비접촉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올해 초 이러한 후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시카고 등 다른 도시들과 대열에 합류했다.
뉴욕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긁어서 사용하는 메트로카드는 1994년 등장했다. 이 플라스틱 카드가 도입되기 전에는 버스와 지하철 이용객들은 1953년에 도입된 황동색 토큰에 의존했다.
뉴욕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초창기 파란색이었던 메트로카드를 올바르게 긁는 방법을 시민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오류 메시지나 요금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또 교통 당국이 각종 기념판 카드를 출시하면서 메트로카드는 곧 인기 수집품이 되기도 했다. 뉴욕을 상징하는 아티스트, TV 시리즈 등이 이 플락스틱 카드에 다양하게 새겨졌다.
한때 메트로카드를 정확한 각도와 속도로 긁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은 진짜 뉴요커와 방문객을 구분하는 일종의 자부심이 되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 전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은 브롱크스 개찰구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카드를 긁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AP통신은 메트로카드 도입 당시와 달리, OMNY 전환은 큰 혼란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나 스마트 기기 사용을 꺼리는 승객들은 메트로카드처럼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OMNY 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 기존 메트로카드도 내년까지는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남은 잔액을 소진할 수 있다.
MTA는 이번 전환으로 메트로카드 관련 비용에서 연간 최소 20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