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이퍼소셜의 브레이든 월레이크 최고경영자(CEO)는 수년간 링크드인에 경영 교훈부터 동물 사진까지 다양한 게시물을 올려왔다. 그러다 어느 늦여름 직원들을 해고한 뒤 눈물 맺힌 셀피 사진을 자신의 심정을 담아 공유했다. 이 글은 순식간에 ‘우는 CEO’로 바이럴이 돼 5만7000건 이상의 반응과 1만 건이 넘는 댓글을 끌어모았다. ‘교활하다’, ‘자기도취적이다’, ‘다트판으로 쓰기 딱 좋겠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간 기업 임원과 창업자들은 활발한 소셜미디어(SNS) 활동이 개인과 기업 차원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준다는 생각에 매료됐지만 월레이크 사례처럼 현실은 생각만큼 이상적이지 않다고 CNBC가 최근 주목했다.
많은 경우에 공감 가능한 인물이라기보다 ‘민망한 존재’로 비친다고 전했다. 나아가 디지털 발자국이 실제로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쓰라리게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임원들의 SNS 사용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인플루언셜이그제큐티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포천 500대 기업 CEO의 약 74%가 한 개 이상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2019년의 약 54%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SNS 활동도 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H/어드바이저스애버내시가 이달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SNS 계정을 가진 포천 100대 기업 CEO 10명 중 7명 이상이 지난해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게시물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H/어드바이저스애버내시는 기업 소식이 여전히 이들 게시물 내용의 중심이지만, 경영진이 개인적인 일상을 공유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콘서트 사진을 공유하거나,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이 DJ 활동 일정을 올리는 식의 부드러운 콘텐츠는 팔로워의 참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스티븐스공과대학의 앤 무니 머피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월레이크의 ‘우는 CEO’ 사례처럼 최근 몇 년간 개인적 삶을 그대로 올리는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의 위기로까지 확산하기도 한다.
데이터 저장 기업 스노우플레이크의 매출 총괄 마이크 개넌은 수백만 회 조회된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인터뷰어에게 “회사가 몇 년 안에 10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직후 스노우플레이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해당 인터뷰 내용은 회사 승인 없이 나온 것이며 투자자들은 이를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혀야했다.
세계 최고 부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도 예외가 아니다. SNS에 수시로 글을 게시하는 머스크는 2년 전에는 자신의 SNS 플랫폼인 엑스(X·옛 트위터)에 발표한 사업 계획 관련 발언으로 법정에 서야 했다.
머피 교수는 “경영진의 SNS 실수가 투자자, 소비자, 직원들의 불만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일부는 눈 발언이 해당 기업의 규제·법적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경영진들이 SNS 활동을 접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SNS 이면을 경험한 기업 리더들조차 지속하고 있다.
하이퍼소셜의 월레이크는 처음에는 링크드인 활동을 잠시 중단해 상황이 가라앉기를 기다렸고, 이제는 게시물을 올리기 전 더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브랜드 성장 차원에서 다른 경영자들에게 SNS 활용을 권한다고 했다.
또 누군가 그의 눈물 사진을 언급해도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월레이크 CEO는 “사람들이 나를 ‘우는 CEO’라고 부르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도 된다”면서 “실제로 저를 만나보면 우는 모습보다 웃는 모습을 훨씬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기술 스타트업 제트AI의 공동 창업자 예홍 주도 SNS로 곤욕을 치렀지만 지속 활동하고 있다. 그는 SNS에 ‘하루 일과’를 보여주는 트렌드에 참여했다가 게으르다는 비난을 받았다. ‘창피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다’, ‘이 글을 인쇄해서 벽에 붙여놓고, 내가 능력주의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되새겨야겠다’ 등 부정적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사무실로 욕설이 써진 손편지를 배달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주 CEO는 회사 이름이 언급된 언론 보도와 제품 대기자 명단 신청이 급증하는 것도 목격했다.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홍보의 힘은 분명했다. 주 CEO의 게시물이 일종의 ‘분노 유발용 콘텐츠(rage bait)’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분노 유발용 콘텐츠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에서 의도적으로 분노·짜증·논쟁을 유도하도록 자극적·도발적으로 만든 게시글을 지칭한다. 옥스퍼드 사전은 이 단어를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주 CEO는 “이렇게 엄청난 관심이 몰린 뒤에 깨달았어요. 어쩌면 모든 관심은 좋은 관심일지도 모른다. 사람들 입에 내 이름이 오르내린다면, 뭔가는 제대로 하는 거다”라고 CNBC에 언급했다.
더 나아가 주 CEO 현재 소셜미디어 리브랜딩을 진행 중이며,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논쟁적인 게시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
머피 교수는 활발한 SNS 활동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주류 언론의 주목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소비자와 직접적인 ‘준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과거에는 배우나 운동선수 같은 전통적인 유명인에게만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 밖에 경영진의 SNS 활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도 생겨났다. 모범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등장한 것이다. 페이팔은 올해 초 연봉 30만 달러(약 4억30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CEO 콘텐츠 총괄(Head of CEO Content)’ 직무를 채용 공고로 내며 마케팅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직무는 SNS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