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내년에도 오르기만 할까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5-12-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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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금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9월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금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돌반지 사기 무서운 요즘입니다.

돌반지는 가족과 지인을 불러 아기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의 전통적인 문화 중 하나입니다. 초대 답례로 돌반지를 선물하곤 하는데요. 그러나 최근 돌잔치는 점차 간소해지고 있습니다. 가족끼리 간단히 축하하거나, 기념사진만을 남기는 사례도 숱하죠.

여기엔 불황과 고물가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표적인 돌잔치 선물인 돌반지만 봐도 2000년대까진 불과 10만 원 안팎이었죠. 그러나 돌반지 가격이 7~8배 뛰어오르면서 하객 입장에서는 결혼식 축의금보다도 더 큰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초대하는 사람도, 초대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실로 올해 금값은 연일 최고치를 쓰며 고공행진 했습니다. 시중 은행에서 골드바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하고요. 골드 뱅킹에 자산이 역대급으로 몰리기도 했는데요. 상승세에 포모(FOMO·소외감)를 느끼는 개인 투자자들까지 몰리면서 국내에서 더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나옵니다. 오를 대로 오른(?) 금값, 내년에도 계속해서 상승할까요?

▲10월 12일 인천 중구 한국금거래소 영종도점에 골드바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10월 12일 인천 중구 한국금거래소 영종도점에 골드바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불붙은 금·은값…얼마나 올랐나?

올해 금값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10월에 고점을 찍은 뒤 잠시 조정을 거치며 숨을 고르더니, 최근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했죠.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3일 국제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4500달러를 약간 밑도는 4497.55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같은 날 미국 뉴욕선물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도 1.1% 급등해 4519.70달러를 기록했죠. 블룸버그 통신은 일일 최고가를 기준으로 올해 금 가격이 기록을 경신한 것만 50번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돈 100만 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한국 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24K) 가격은 1돈(3.75g)당 93만6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만7000원(1.82%) 올랐습니다. 지난해 같은 날 대비 80% 상승한 수준입니다. 매입가 역시 78만7000원으로 2만1000원(2.67%) 올랐습니다.

금값은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 확대 속에 올해 들어서만 70% 가까이 올랐습니다. 특히 내년 초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금값에 불을 붙였습니다.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봉쇄 조치에 나섰는데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베네수엘라와 무력 충돌 위기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트렌데아라과(TdA) 등 베네수엘라 카르텔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지시하는가 하면, 이번 봉쇄 조치와 함께 제재 대상 유조선 출입을 전면 봉쇄를 선언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려 들었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면서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최근 드론을 통해 러시아 유조선들을 공격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과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인 금값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오죠.

금과 함께 은 가격도 강세인데요. 국제 은 현물가는 한국 시간 22일 오후 1시 15분 기준 온스당 69.4549달러로 종전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23일 오전 8시 20분 69.2275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최근 1년 사이 은값은 무려 140% 가까이 뛴 상황입니다.

▲2011년 7월 15일 서울시내 한 귀금속 판매점에서 직원이 1돈(3.75g)짜리 금 돌반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7월 15일 서울시내 한 귀금속 판매점에서 직원이 1돈(3.75g)짜리 금 돌반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월가 전망은…"5000달러 이상 간다"

그렇다면 내년 금값은 어떨까요.

주요 투자은행들은 상승에 베팅하는 분위깁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역사적 평균치 이상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투자자들의 수요가 여전하다는 게 주된 이유인데요. 미국 재정·정치 리스크도 이어지면서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공포 심리를 자극, 금 수요를 부추길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먼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내년에도 상승할 것이라며 기본 시나리오로 온스당 4900달러를 목표치로 제시했는데요.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이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늘리면서 제한적인 실물 금 공급을 두고 중앙은행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ETF에는 최근 4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또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올해 5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 금 ETF의 금 보유량이 증가한 바 있습니다.

또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900명 이상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6%가 내년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죠.

JP모건체이스는 내년 4분기 금값이 온스당 5055달러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최근 금이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수단인 동시에 (달러 자산 기반의)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가 차지해 온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올 수 있는 자산이 됐다는 이유에서였죠. 모건스탠리는 내년 중반 금값이 온스당 45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열' 경고도…반 토막 난 1980년대엔 무슨 일이

반면 금값이 역사적 고점에 접근했다급락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아크 인베스트 공식 팟캐스트에 출연해 "시중 통화량(M2) 대비 금 보유량이 대공황을 제외하면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실로 올해 시중 통화량 대비 금 시가총액 비율은 125%로 집계됐는데, 이는 대공황 당시인 1930년대의 171%를 제외하면 1980년 금값이 정점을 찍었을 당시와 동일한 수준입니다.

제2차 오일 쇼크, 이란의 이슬람 혁명,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각종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극심했던 1979년 금값은 급등한 뒤 1980년에 정점을 찍었는데요. 직후 미국의 강력한 통화 정책 변화로 인해 금값은 약 67% 급락한 바 있습니다.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한 돈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시대가 임박한 상황, 새해에도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지 주목되는데요. 국제 금값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오른 데다가 연말·연초에는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작은 매수·매도 물량에도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단기간 급등 이후 구간에서는 가격 변동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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