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서버용 메모리·HBM 동반 ‘쇼티지’ 분석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상용화와 추론(Inference) 시장 확대에 힘입어 2026년부터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뛰어넘는 ‘메가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버블을 고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5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올해 대비 24% 증가한 1180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증권 역시 2026년 D램과 낸드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각각 72.2%, 42.6% 성장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 주기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AI 시장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학습’ 단계였다면,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서비스가 이뤄지는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메모리 수요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서비스가 상업화되고 추론 단계로 진화하면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서버용 D램 수요도 급증하게 된다”며 “AI 메모리 수요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에서 서버용 메모리까지 빠르게 확산하며 반도체 전반의 공급 부족(Shortage)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2026~2027년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eSSD) 등 전 영역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역대급 쇼티지를 예상했다. KB증권은 내년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ASIC) 비중을 늘리면서, 현재 7대 3 수준인 GPU와 ASIC 비중이 2027년에는 5대 5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일각의 ‘AI 과잉 투자’ 우려에 대해서도 증권가는 선을 그었다.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 수요가 2026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데이터센터 과잉 중복 투자 우려와 관련된 버블론은 마치 2000년 IT 버블 당시 네트워크 장비 업종을 연상시킨다”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그와 같은 고민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눈높이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KB증권은 2026년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7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된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는 빅테크 업체 중심의 다변화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내년 HBM 점유율이 올해 16%에서 35%로 2배 증가할 것”이라며 “글로벌 최대 D램 생산능력을 확보하고도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에 있어 해소 국면 진입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증권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주가 조정 시 저점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