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일본은 지금] 한중과 갈등 빚는 다카이치 속셈은?

입력 2025-12-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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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정치학전공)

최근 들어 중·일 관계와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중·일 관계 악화의 직접적인 요인은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국가 존립위기 사태가 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대에 제정된 안보법제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가 인정됐는데 그 내용은 “일본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그것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되면 일본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국가를 돕기 위해 집단 자위권을 발동한다”는 것이다.

일본 강경우파는 대만 유사시에는 미군이 출동할 것이고 중국군과 전투가 벌어지면 대만과 가까운 일본의 섬들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생명이 위험해지고 대만에 근접한 센카쿠열도를 중국군이 점령할 수 있는 사태가 되므로 이것은 존립위기 사태라고 주장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과 필리핀 사이에 있는 바시해협이 중국에 의해 해상봉쇄되면 해협을 통과하는 일본의 유조선이 통과할 수 없게 되는 것도 국가존립위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 자위대가 중국군을 공격할 것이라는 뉘앙스가 있는 것이므로 중국 측은 크게 반발했다. 중국 측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서 발언 철회를 요구했지만, 다카이치 측은 거부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사실상 ‘한일령(限日令)’을 발령했다.

중국 정부는 국민에게 일본여행이나 일본 유학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일본 연예인들의 중국 내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나 영화 ‘일하는 세포’ 등의 중국 상영이 갑자기 취소됐다. 도쿄 우에노 동물원의 판다 2마리가 내년 1월 중국에 반환되면 그 후 새로운 판다가 오지 않아 일본은 54년 만에 판다가 없는 나라가 된다.

이런 한일령에 한국 아티스트도 휘말렸다. 여성 K팝 그룹 ‘르세라핌’이 일본인 멤버가 있다는 이유로 상하이에서의 팬 사인회가 취소됐다. 보이즈 그룹 ‘글로벌 유어 보이즈’는 일본인 멤버를 제외하고 겨우 상하이에서 팬미팅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전방위적인 중국의 일본 경제, 문화, 정치권 등에 대한 압박에 일본인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으나 현재 일본인들은 상당히 익숙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과 2012년에도 이미 비슷한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다카이치 정부는 조용히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측의 마지막 카드인 희토류 수출금지가 공식화될 경우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수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 내 중국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지만 세계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포토레지스트 수입이 막히면 중국 반도체 공장이 한 달 내에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견해에는 일본 측의 기대 섞인 부분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단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대만 관련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은 1972년 중·일 공동성명 그대로이고 이 입장에 일절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

1972년 양국 수교 당시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중국은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임을 강조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의 이날 발언은 11월 7일의 자신의 발언을 진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인다.

그러나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다음 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태도는 명확하다”며 “일본이 확실히 반성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한편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발언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여전히 ‘입장 변화가 없다’는 말로 얼버무리려 하는데 중국은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공동성명에 적힌 내용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재천명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은 이번 국면에서 입씨름에 머물지 않고 여러 보복 조치를 동원하며 이미 칼을 빼 든 이상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나 그에 따르는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갈등 봉합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9일 갑자기 국회에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해 한국 대통령실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이런 일련의 발언으로 그가 중·일, 한일 관계 우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내 지지기반은 약하다. 또 국회에서 여당 자민당은 과반수에 30석 이상이나 못 미친 소수 여당이다. 그러므로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이나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로 자신의 지지율을 유지하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1월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러 소수 여당을 다수당으로 바꾸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반 달성 이후에는 헌법개정을 향해 질주해 아베 전 총리의 의지였던 자위대를 정식 일본군으로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야 자신의 장기 집권과 한국, 중국에 대한 일본 극우세력의 지론인 ‘일본 우월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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