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00곳ㆍ대학 제조AI 확산
지주사의 100% 의무 보유 완화
대기업, 유망 기업과 협업 기대
증손사 금융리스업도 전격 허용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리스크 분산

정부가 일반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낮추기로 한 것은 첨단산업 투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 대규모 자본과 긴 투자 회수 기간이 필요한 산업에서 그간 가장 큰 제약으로 꼽혀온 ‘투자 구조 경직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 자율제조 공장, 반도체 생산라인, 데이터센터 등은 초기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수조 원 단위에 이르지만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규제로 인해 사실상 단독 투자를 강제받아 왔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재무 부담과 부채 비율 상승을 우려해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제도 개편은 이러한 구조적 부담을 줄이고, 투자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분율 완화의 가장 큰 효과로는 합작 법인(JV) 설립이 쉬워진다는 점이 꼽힌다. 대기업이 민간 투자자나 해외 파트너와 50:50 구조로 증손회사를 설립할 수 있어, 대규모 자금을 공동으로 분담하고 리스크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글로벌 반도체·AI 프로젝트에서 일반적인 공동 투자 방식이 국내에서도 제도적으로 가능해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보유한 유동성이 AI 스타트업과 신기술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전략적 투자가 수월해지면, 반도체 설계, AI 소프트웨어, 장비·소재 분야의 유망 기업과의 협업이 한층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계열 확장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평가다.
재무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단독 투자 대신 공동 투자를 통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고 차입 확대 없이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어 재무 건전성 관리가 수월해진다. 특히 글로벌 금리 변동성과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투자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AI 자율제조 공장 구축과 반도체 초격차 유지, 신산업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민간 주도의 첨단산업 투자가 보다 속도감 있게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산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산업 투자는 기술 경쟁인 동시에 자금과 속도의 싸움”이라며 “지분 규제 완화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춰 투자 구조를 정상화하는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AI와 반도체는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산업인 만큼, 장기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