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최윤범 회장에 유리한 지분 구조”
영풍 또 가처분 소송
고려아연 반박 “프로젝트 가치 폄훼”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립을 둘러싸고 영풍과 고려아연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11조 원 규모의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을 공식화하자, 최대주주인 영풍과 재무적투자자(FI) MBK파트너스가 곧바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제동을 걸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16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해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구조는 상법과 판례가 금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의 약 47%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최 회장은 우호지분을 합쳐도 33% 수준이다. 미국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앞으로 고려아연의 지분 10%를 소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10%가 최 회장에 우호지분이 된다면 영풍 연합 대 최 회장 양측의 지분은 엇비슷한 수준으로 재편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전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65만㎡ 규모의 통합제련소를 건설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설비투자(Capex) 기준 약 10조 원, 운용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 원에 달한다. 제련소에서는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과 함께 안티모니, 인듐, 갈륨, 게르마늄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한 총 13개 품목을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도 조건부로 14억 달러를 투자한다. 이후 생산 확대분 중 일부에 대해 우선 매수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국가안보를 강화하고 산업기반을 재건하며, 해외 공급망 의존을 끝내는 획기적 핵심광물 협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영풍-MBK 가처분신청에 고려아연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을 여전히 적대적 M&A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이번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가치를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무산시키기 위해 가처분 제기를 하고 이사회 당일에도 반대 의사를 피력해 놓고, 밖으로는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황당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가처분 결과가 미국 제련소 추진 속도뿐 아니라, 장기화된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경영권 분쟁이 얽힌 사안인 만큼 법원은 신속 심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심문 기일은 1~2주 내 잡힌다. 통상 가처분 사건은 심문 이후 2~3주 안에 결론이 나는 만큼, 연말 전후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