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황근의 시선] 미국판 ‘쩐의 전쟁’ 관전 포인트

입력 2025-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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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넷플의 워너 인수전에 영화계 반발
정작 위협은 유튜브·틱톡 같은 SNS
미디어 산업 재편에 타협안 주목돼

지난주 3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넷플릭스가 WBD(Warner Brothers Discovery)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미국 법무부의 인수합병 심사가 남아 있지만, 미디어 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사건임에 틀림없다.

OTT 급부상으로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영상 콘텐츠 확보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이미 2021년에 아마존이 MGM을 인수하고,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도 바이어컴·CBS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바 있다. 넷플릭스가 인수하려는 WBD도 AT&T가 워너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를 합병한 기업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WBD 인수합병은 질적·양적으로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법무부의 공익성 심사가 2, 3위 사업자 간 합병은 비교적 관대하지만, 1위 사업자의 확장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시장 독점이 가격상승 같은 소비자 후생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 원칙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인수합병의 시장점유율 문제를 지적하고, “이 결정에 관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물론 이 발언은 뒤늦게 인수 경쟁에 뛰어든 파라마운트 측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 많다. 하지만 법무부 최종 인수합병 심사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넷플릭스의 WBD 인수합병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할리우드와 영화계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극장을 소멸시키게 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넷플릭스 측은 극장 개봉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홀드 백(hold back) 기간을 대폭 단축해 사실상 영화산업을 고사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가 “극장 영화는 죽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을 들어, 이번 인수합병이 극장 영화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영화감독조합도 소비자는 가격 인상과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 감소에 빠질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영화계에서는 지상파방송이 스핀오프했던 컴캐스트가 2013년 NBC를 역인수합병했던 사례를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 사업확장이 OTT 업계에 미치는 충격도 만만치 않다. 2010년대 초반까지 넷플릭스는 다른 사업자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재활용해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콘텐츠 공급 중단과 경쟁 OTT들이 등장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그결과 가입자는 증가했지만 제작비 상승으로 이익률은 도리어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넷플릭스도 위기에 봉착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광고를 포함한 저가 요금제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 수익모델의 기반인 이용자 트래픽에 있어 유튜브에 크게 밀리고 있다. 틱톡 같은 SNS들도 숏폼이나 15분짜리 드라마로 넷플릭스를 위협하고 있다.

관건은 유튜브나 SNS는 공유형 플랫폼으로 콘텐츠 제작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RMC(Ready Made Content)에 의존하는 스트리밍 동영상 사업자는 경쟁이 격화될수록 콘텐츠 제작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부담은 넷플릭스가 치킨 게임에서 자멸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게 한다.

넷플릭스의 WBD 인수는 자칫 최후의 불꽃 잔치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더 크게 베팅한 파라마운트의 인수전 개입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사수하겠다는 낭만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연 1941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영화사업자의 텔레비전 진출을 금지하는 대신 흑백 TV로 결정했던 절묘한 타협안이 나올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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