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시장이 올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H지수 급락 여파로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위축되는 사이, 원금보장형 구조를 갖춘 ELB가 대체 투자처로 급부상한 영향이다. 금리 인하 기대까지 겹치며 “예금보다 낫고 ELS보다 안전한” 상품을 찾는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1일까지 ELB 발행 규모는 24조90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조850억 원 대비 24.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ELS 발행액(20조1561억 원)을 약 5조 원 웃돌며 ‘역전’한 것도 눈에 띈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5조1407억 원)이 가장 많은 발행액을 기록했고, 이어 대신증권(3조5217억 원), 삼성증권(1조9193억 원), 교보증권(1조7350억 원), 하나증권(1조7206억 원) 순이었다.
ELB는 ELS와 마찬가지로 주가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지만, 채권 형태로 발행돼 만기 보유 시 원금이 보전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다. 주가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확정 수익을 제공하고, 기준을 벗어나더라도 원금이 손상되지 않는 점이 핵심이라 은행의 예금과 비슷하다. ELB도 원금보장형이라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발행 증권사의 신용 위험이 발생할 경우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반면 ELS는 녹인(Knock-in) 구간을 터치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구조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수익률은 ELB가 대체로 연 2~4%대 중수익 상품, ELS가 연 5~8% 목표 수익을 제시하는 식으로 차이가 나며, 최근에는 ELB도 101~103% 보장형처럼 최소 이자를 더해주는 형태로 진화해 안정성과 예금 대비 메리트를 동시에 확보했다. ELB도 원금보장형이라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발행 증권사의 신용 위험이 발생할 경우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업계는 지난해 홍콩 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투자 성향을 크게 바꿔 놓았다고 분석한다. 손실 우려가 불거지며 ELS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일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ELB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커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금리 인하 국면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다. 은행 예금금리는 낮아지고 있지만 주식·ELS 수준의 고위험 투자는 꺼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중위험·중수익’ 성격의 ELB가 시장의 빈틈을 빠르게 채웠다.
증권사들은 줄어든 ELS 판매 수수료와 운용 수익을 보완하기 위해 ELB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금리형 위주에서 벗어나 국내 개별주·국내 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늘고 있다. 최근 키움증권은 중개형 ISA 전용 특판 ELB를 출시해 주목받았는데, 세전 연 4.2%라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절세 혜택까지 더해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예금보다 조금 더 받고 싶지만 손실 위험은 부담스러운 고객층이 확실히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