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계정 쫓아내더니"⋯넷플릭스, '인수전' 이후 가격 올릴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5-12-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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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 판도를 흔들었습니다. 수십 년간 할리우드를 대표해온 '명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를 품에 안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해리포터'와 '매트릭스', '배트맨' 시리즈부터 인기 드라마 '프렌즈', '빅뱅이론'까지… 전 세계가 공유하는 '슈퍼 지식재산권(IP)'들이 통째로 넷플릭스 우산 아래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기대감을 자아내는 동시에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러다 요금제 가격 또 오르는 거 아니냐"는 물음인데요. 이미 넷플릭스가 수차례 가격을 인상해온 만큼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불안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도 무시 못 할 우려가 나오는데요. 넷플릭스의 이 거대한 베팅, 과연 스트리밍 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까요?

▲(AP/뉴시스)
▲(AP/뉴시스)

해리포터에 왕좌의 게임까지…넷플릭스, 슈퍼 IP 쓸어담나

넷플릭스는 5일(현지시간) 워너브러더스의 스튜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 등 사업 부문을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최종 계약을 맺었는데요. 인수 대상인 워너브러더스의 가치는 부채를 합쳐 827억 달러(한화 약 122조 원)로 평가됩니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10여 년 만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입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이미 3억 명이 넘습니다. 세계 최대 유료 스트리밍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HBO 맥스까지 품에 안는다면 가입자 기반은 4억2000만 명 이상으로 훌쩍 불어나게 되는데요. 웬만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규모죠.

이용자들이 즐길 콘텐츠의 풀도 넓어집니다. 워너브러더스는 1923년 설립된 이후 100년 넘게 방대한 명작을 선보여왔습니다. 고전 영화만 보더라도 '카사블랑카', '시민 케인', '보니와 클라이드', '더티 해리', '샤이닝', '오즈의 마법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고요. DC코믹스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뿐일까요. '해리포터' 시리즈에 '반지의 제왕'에 TV 드라마로는 워너브러더스 산하 HBO 채널 인기작인 '왕좌의 게임' 시리즈, '유포리아', '화이트 로터스', HBO 맥스에서 스트리밍되는 인기 시트콤 '프렌즈' 시리즈까지 다채로운 명작을 갖고 있죠.

넷플릭스로서는 수십 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프랜차이즈들을 품에 안게 되는 셈입니다. 타 스트리밍 서비스를 크게 제치는,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지니게 되는 거죠.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독과점 심사 남았다…파라마운트, 인수 경쟁 재개?

다만 '확정'은 아닙니다. 인수·합병이 최종적으로 성사되려면 쉽지 않은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미국을 비롯한 각국 경쟁 당국의 까다로운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남아 있죠.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거래는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HBO 맥스를 합치면 미국 구독형 스트리밍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2023년 미 법무부가 마련한 지침에 따르면 합병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을 경우에는 경쟁사 간 직접 합병은 불법으로 간주됩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과 같은 무료 동영상 플랫폼도 스트리밍 시장에 포함해야 하고, HBO 맥스 합병이 경쟁 감소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죠.

넷플릭스가 5일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을 공식화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정부의 승인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시간 넘게 면담하며 인수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워너브러더스는 최고의 입찰자에게 팔려야 한다"고 격려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이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5 케네디센터 명예상 시상식'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워너브러더스 인수에 대해 "그 거래는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고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넷플릭스는 이미 매우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워너브러더스를 더하면 그 점유율이 크게 올라간다.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 결정엔 내가 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참고로 넷플릭스가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워너브러더스에 물어줘야 할 돈은 58억 달러(약 8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인수 합의 공표 사흘 만에 새로운 골칫거리(?)도 떠올랐습니다. 또다른 대형 미디어·콘텐츠 기업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이하 파라마운트)가 넷플릭스 독주를 막겠다고 나선 겁니다.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서 넷플릭스에 밀린 바 있는데요. 8일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개시를 선언하고 워너브러더스 주주들을 상대로 주식 매입 제안에 돌입했습니다.

이때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인수 조건은 넷플릭스 조건을 앞섭니다. 우선 1084억 달러(약 142조 원)의 기업가치를 제시, '전액 현금'의 적대적 인수를 제안했는데요. 여기에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의 케이블 채널을 제외한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부문만 인수하기로 한 반면, 파라마운트는 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했죠.

넷플릭스의 주당 인수가격은 27.75달러인데요. 파라마운트는 워너의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주당 현금 30달러에 회사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점도 내세웠습니다. '넷플릭스보다 규제 승인이 더 쉽다'는 주장까지 덧붙였습니다. 파라마운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투자회사로부터 자금 조달을 받을 예정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이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이 제안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기존 권고안을 변경하지는 않은 것이라며 "10영업일 이내에 답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넷플릭스 측은 파라마운트의 2차 인수 시도를 예상했다며 자사가 내건 계획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극장가 타격 없을까?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전 영향은 스트리밍 시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선 넷플릭스의 몸집이 커질수록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진다는 우려가 뒤따르는데요. 워너브러더스 인수로 확보할 대규모 콘텐츠 자산은 넷플릭스 입장에서 쾌재를 부를 호재지만, 동시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과제로도 통합니다.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 같은 인기 IP가 추가되면서 기업 가치까지 높아지는 만큼, 넷플릭스가 가격 인상의 명분을 확보한 셈이라는 분석도 있고요.

수차례에 걸쳐 구독료를 인상해온 넷플릭스를 비꼰 밈(meme)도 확산 중입니다. 한 해외 네티즌은 X(옛 트위터)에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를 살 돈은 충분했지만, 우리가 엄마랑 비밀번호를 공유할 땐 돈이 없다고 징징댔다"고 지적했죠. 이는 넷플릭스가 2023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는 '추가 회원' 제도에 대한 일갈인데요. 넷플릭스는 하나의 계정을 주소지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극장가로도 시선이 쏠립니다. 스트리밍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콘텐츠가 제작·공개되는 흐름이 더욱 강화된다면 한국 영화관 업계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이어지는데요. 워너브러더스는 그간 한국 시장에서 주요 외화 공급원이었던 만큼 해당 작품들이 넷플릭스 독점으로 넘어갈 경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블록버스터의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안 그래도 넷플릭스는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후 OTT로 넘어오는 홀드백(독점 상영 기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요. "조금만 기다리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선택지를 더욱 강조해 극장 관객 수 감소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국내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워너브러더스 등) 직배사 영화가 극장에서 빠지면 매우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영상 IP의 OTT 집중 현상은 이미 진행 중인 일이었던 만큼 영화관 침체와 관련해선 극장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논의와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이번 인수는 스트리밍 시장을 넘어 극장-OTT-제작 생태계 전반에 파문을 일으킬 대형 변수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업계 전반의 시선이 쏠린 이 인수·합병,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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