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으로 업황 반전 주도… “기술·고객 중심경영의 성과”
최태원 회장 “어려울수록 기술 경쟁력 확보” 주문… 대규모 투자 속도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 최고 권위로 꼽히는 ‘세계반도체연맹(GSA) 어워즈 2025’에서 2개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며 AI 메모리 강자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연 매출 10억 달러 초과 부문 최우수 재무관리 반도체 기업상’과 ‘우수 아시아 태평양 반도체 기업상’을 동시에 수상했다고 7일 밝혔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최우수 재무관리상 수상이며, 아·태 지역 우수 기업상은 첫 영예다.
GSA 어워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CEO들이 참여하는 세계반도체연맹이 1996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시상식으로, 리더십·재무성과·시장 영향력 등을 종합 평가해 우수 기업을 선정한다.
회사 관계자는 “2년 전 다운턴(업황 하락)으로 업계가 어려웠으나, HBM 등 AI 메모리 기술력으로 가장 먼저 불황을 돌파했다”며 “실질적 재무관리 역량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선도하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수요 급증에 효율적으로 대응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HBM을 중심으로 한 기술 포트폴리오와 생산 효율화 전략이 재무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 속도는 가파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64조 원, 영업이익은 28조 원을 기록해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매출 66조 원·영업이익 23조 원)을 이미 뛰어넘는 게 확실시된다.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7조 9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조 9000억 원 증가했고, 차입금은 24조 10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해 약 4조 원 규모의 순현금 체제로 전환했다.
이 같은 재무 체력 회복은 향후 성장 투자에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청주 M15X 팹은 지난 10월 클린룸을 조기 오픈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HBM 양산을 목표로 장비 반입이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본격 공사에 들어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역시 당초 계획보다 빠른 준공을 목표로 건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그룹의 기술·투자 기조를 이끌어온 최태원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회사가 HBM과 AI 메모리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에도 이러한 철학이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주선 AI Infra 사장(CMO)과 류성수 부사장이 참석했으며, 김 사장이 대표로 상을 받았다. 그는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과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겠다”며 “고객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AI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