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투자 둔화·성장잠재력 약화… 전문가 “구조개혁 필요"

7일 관련 부처와 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서는 선진국들이 파격적 지원과 규제 완화로 ‘국가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한국은 전기요금 부담·경직된 노동시장·강화되는 규제·세 부담 확대라는 ‘4중 압박’이 중첩돼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 “세계는 달리는데 한국만 제자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전력 비용 상승은 제조업 원가를 끌어올려 수출 가격경쟁력을 직접적으로 흔들고 있고, 경직적 노동 구조는 산업 전환 속도를 늦추고 기업의 인력 운용 부담도 가중한다. 혁신 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도 시장 진입과 확장을 지연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세제 역시 기업 성장을 뒷받침하기보다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이 같은 ‘4중 제약’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국가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래산업 경쟁력을 둘러싼 격차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초대형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고, EU는 AI·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국가전략으로 격상했다. 그러나 국내는 전력 인프라, 세제, 규제, 노동 요소가 얽히며 반도체·AI·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의 투자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 역행이 지속할 경우 △투자 이탈 △생산성 저하 △노동력 부족 △기술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위험이 빠르게 누적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을 벗어나려면 AI 기술을 산업 전반에 빠르게 내재화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AI 전환 비용을 줄이고 활용 기반을 확장하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도 “혁신 기업이 시장에 원활히 진입하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경직된 임금·노동 구조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면서 “여성·고령층 고용 확대와 외국인 노동력 활용 등 인구 감소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가 이미 국내 투자 환경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라운드 등 통상환경 변화로 기업의 해외 투자는 늘어나는 반면 국내 투자 여력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며 “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고 금융·세제 지원과 노사 안정, 기업인 사기 진작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투자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