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SM·호반그룹이 나란히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오너 2세를 전면배치하며 사실상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3개 그룹 모두 승계 과정에서 편법ㆍ특혜 논란이 제기돼 온 만큼 이번 인사가 경영 혁신이라고보다 오너 일가 승계를 위한 '레일 깔기' 작업의 연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난달 말 발표한 임원 인사를 통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팬오션 투자기획팀 책임을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1992년생인 김 상무보는 2018년 하림지주 경영지원실 과장으로 입사한 뒤 2021년 퇴사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에서 근무했다. JKL파트너스는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시도할 당시 협업했던 사모펀드이기도 하다. 이후 올해 초 팬오션으로 복귀했는데, 다시 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것이다.
SM그룹도 우오현 회장의 장남 우기원 전 SM하이플러스 대표를 그룹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내정하는 임원 인사를 최근 단행했다. 1992년생인 우 본부장은 2022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여러 계열사에서 역할을 맡으며 입지를 넓혀왔다. 이번에 그룹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게 되면서 후계 구도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호반그룹 역시 내년 임원 인사에서 김상열 회장의 차남 김민성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1994년생인 김 부사장은 UCLA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8년 호반산업 상무로 입사하며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대한전선과 삼성금거래소 등 주요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이 호반건설을, 장녀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사장이 부동산 개발·임대업을, 김 부사장이 호반산업을 중심으로 전선·토목 등 사업을 맡는 형태로 후계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세 기업 모두 승계 과정에서 잡음도 크다. 하림 오너 2세 김 상무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2010년 그룹 차원의 편법 승계가 있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김 상무보가 소유한 계열사에 하림그룹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편법 승계가 이뤄졌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 원을 부과했다.
호반그룹도 호반건설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2023년 공정위로부터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과징금 중 약 60%인 364억 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일부 오명을 벗었지만, 편법 승계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는 평가다.
SM그룹 역시 올해 국정감사에서 자본잠식 상태의 회사를 계열사가 인수한 배경을 두고 승계 자금 마련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계열사가 보유한 알짜 아파트 부지를 우오현 회장의 차녀 소유 회사에 헐값에 넘겨 막대한 개발 이익을 몰아줬다는 혐의도 불거져 공정위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