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해시태그]

입력 2025-12-03 16:2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귀여워

모든 계획과 일정을 무력화시키는 마법의 단어죠. 내가 소유한 ‘귀여움’을 더 ‘귀엽게’ 만들 수 있다면 지갑은 언제나 열려 있는데요. 계절과 장소, 유행을 따라가는 ‘귀여움’이라면 더더욱 놓칠 수 없습니다. 부담스러운 가격표에 잠시 주저한 건 비밀인데요. 그런데 요즘, 어쩔 수 없었던 주저함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는 ‘착한가격’이 다가왔죠. 또 다이소입니다.

인형 피규어 커스텀 시장에서 ‘겨울’은 중요한 시즌인데요. 인형에게 어떤 옷을 입힐지, 어떤 테마 사진을 남길지, 그 계절의 무드를 어떻게 담아낼지가 모두 달려 있기 때문이죠. 특히 더 껴입어도 당연한 겨울은 커스텀이 넘쳐납니다. 필요한 건 재력과 감성이죠. 그 시장의 중심에 불쑥 등장한 아이템이 있는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트렌드(실트)에 떡하니 등장한 다이소표 ‘군밤모자’입니다.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출처=다이소몰 캡처)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출처=다이소몰 캡처)


겨울 대란의 출발점은 다른 인형의 아이템이었는데요. 12월 신상 겨울 인형옷이 나오기 전, 다이소의 윈터투게더 시리즈 키링(윈터투게더 모자 쓴 키링 군밤, 윈터투게더 모자 쓴 키링 귤)이 먼저 출시됐죠. 본래 용도는 가방에 다는 작은 인형 키링이었지만 문제는 그 인형들이 쓰고 있던 ‘군밤모자’와 ‘귤모자’였는데요. 이들의 겨울 아이템이 너무나 탐이 났죠. 이를 시행에 옮긴 누군가 이 모자를 떼어 10㎝ 작고 귀여운 ‘내 인형’에 씌워본 순간 더는 단순한 키링이 아니게 됐습니다. 키링의 모자를 얻기 위해 품절 대란이 벌어졌죠.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출처=다이소몰 캡처)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출처=다이소몰 캡처)


이런 가운데 12월 신상이 공개됐는데요. ‘감다살(감이 다 살았다)’ 다이소는 이 군밤모자를 놓치지 않았죠. 인형 전용 겨울템으로 나온 정식 라인업인데요. ‘[12월 OPEN] 인형DIY’ 시리즈죠. 니트 세트, 뽀글이 조끼, 청치마, 겨울 비니와 함께 출시된 이 군밤모자는 출시 당일 일부 지역에서 매대에 진열되기도 전에 사라졌습니다.

이미 키링 모자를 통해 수요가 달궈진 덕질 인형 시장은 2일 정식 인형옷 출시 소식이 들리자마자 빠르게 움직였는데요. 매장을 뒤져 구했다는 이야기, 새벽에 다이소몰 재입고를 기다렸다는 후기와 “우리 동네는 아예 입고 자체가 없었다”는 불만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대란은 그저 가볍게 소비되는 ‘귀여운 소품’ 차원의 일이 아니었죠.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출처=다이소몰 캡처)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출처=다이소몰 캡처)


눈길을 끈 건 인형 시장의 폭넓은 반응인데요. 1만~5만 원, 혹은 그 이상을 웃도는 인형옷만 입어 온 고가 인형도 군밤 모자를 원했죠. 온라인 중고 가격이 수십만 원대에 달하는 레나베어·라부부 등인데요. 원래 이 시장은 시즌별로 제작된 맞춤 의상이나 작가 제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1000원짜리 군밤모자가 고가 수집 인형에게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가격과 브랜드를 넘어서는 ‘테마 완성력’을 보여줬는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관심 지역(?)은 아이돌 덕질존이었죠. 아이돌 멤버를 닮은 혹은 아이돌 멤버가 만든 인형을 보유한 존입니다. 아이돌 인형은 원래 2010년대 후반 즈음에 등장한 팬들만의 비공식 굿즈였는데요. 최애 아이돌과 닮은 포인트를 콕 집어서 디자인 해 ‘모에화(특징을 포착해서 귀엽게 표현하는 것)’한 작품이죠. 직접 공장에 맡겨 인형을 제작했는데요. 2020년대 초반부터는 기획사가 직접 아이돌 인형 제작에 손을 뻗었고 콘서트, 팝업 스토어, 앨범에 등장하는 ‘공식 굿즈’가 됐습니다.

하지만 팬들에겐 ‘내 아이돌 인형’을 누구보다 잘나게 꾸미고 싶은 의지가 가득했는데요. ‘금손’들의 DIY를 따라 하기도 하지만 시간과 노력, 재능 거기다 지갑 사정이 좋지 못한 이들에겐 ‘딴 세상’이었죠. 그러다 보니 이 모든 것을 품어주는 다이소의 겨울 인형템을 둘러싸고 자연스레 ‘사수 전쟁’이 벌어진 겁니다.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다이소 군밤모자 실트, 그들의 월동준비, 인형DIY 겨울 군밤 모자, 포근한 니트, 뽀글이 조끼 등 품절 대란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또 담곰·쭈닝이·므메미무 같은 대중적인 10cm 인형부터 웹툰 굿즈 인형, 독립 작가 제작 인형 소비자들도 합류했는데요. 넓고 깊은 이 시장의 특징은 ‘교차 호환성’입니다. 어느 브랜드 인형이든, 사이즈만 맞으면 같은 옷과 소품을 활용할 수 있는데요. 다이소의 겨울 라인업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공략한 거죠. 10~13㎝ 인형에게 공통으로 딱 맞는 사이즈라는 점이 브랜드 구분 없는 전방위 품절 사태를 불러왔습니다.

사실 다이소 인형옷의 인기는 이번 겨울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닌데요. 7월 출시됐던 시즌1 인형옷이 우비·망토·딸기 모자 등으로 구성돼 대히트를 기록하며 이미 자리 잡았죠. 당시에도 온라인몰은 빠르게 품절됐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제품 위치를 공유하는 글들이 SNS에 올라왔는데요. 그 인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맞이한 겨울 상품은 ‘테마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하며 ‘2막 대란’을 열었죠.

덕질 세계로만 비춰봐도 다이소는 이미 너무 큰 존재인데요. 다이소는 덕질 시장의 다양한 영역을 조용히 파고 들어왔습니다. 포토카드 꾸미기, 이른바 ‘포카꾸’가 유행했을 때 팬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이소였죠. 슬리브, 탑로더, 데코 스티커, 포토카드 미니앨범까지… 팬들이 필요한 도구들을 초저가 라인업으로 가장 빠르게 갖췄고 포카꾸 문화는 사실상 다이소를 기반으로 대중화됐는데요. 다이어리 꾸미기(다꾸) 열풍이 일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탬프, 마스킹테이프, 꾸미기 노트, 사진 데코 용품들이 다이소에서 먼저 동나기 시작했는데요. 다이소는 덕질 경험을 ‘대중화 가능한 가격’으로 확장하는 데 가장 능한 브랜드였습니다.


(사진제공=다이소)
(사진제공=다이소)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인형 커스텀 시장의 겨울 대란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르는데요. 다이소가 깔아놓은 ‘덕질 생태계’ 위로 인형옷 시장이 자연스럽게 올라탄 거죠. 팬덤은 이전에도 지금도 자신들의 취향을 더 재미있고 더 풍성하게 해줄 브랜드를 원하는데요. 다이소는 그 역할을 꾸준히 해오며 ‘덕질의 생활화’를 만들었죠.

1000~2000원대의 작은 템이지만, 소비자들이 그 안에서 찾은 감성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인형들에게도 새로운 계절이 필요한데요. 그리고 그 계절을 완성시켜주는 가장 빠르고 쉬운 통로가 다이소가 됐죠. 단순한 품절 현상을 넘어 ‘취향 플랫폼’을 재확인하는 장면인데요. 다음 계절의 덕질이 또 어떤 모습으로 시작될지, 자연스레 기대가 앞서는 요즘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10월 경상수지 68억 달러 흑자…연간 누적은 사상 최대[종합]
  • KFC·‘기묘한 이야기’ 시즌5 협업…신촌점 도배한 ‘데모고르곤’에 먹는 재미 UP[가보니]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돈으로는 못 산다”…최소 100만 엔 지원도 효과는 미미 [해외실험실: 지방소멸대응 ①-일본]
  • 환율 급등에 증권사 외환거래 실적 ‘와르르’
  • 조진웅 측, 소년범 의혹에 "확인 중"⋯'시그널2' 어쩌나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539,000
    • -1.1%
    • 이더리움
    • 4,737,000
    • -0.94%
    • 비트코인 캐시
    • 861,000
    • -2.21%
    • 리플
    • 3,126
    • -4.35%
    • 솔라나
    • 207,100
    • -3.72%
    • 에이다
    • 659
    • -1.64%
    • 트론
    • 429
    • +2.88%
    • 스텔라루멘
    • 377
    • -1.57%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890
    • -2.12%
    • 체인링크
    • 21,260
    • -2.25%
    • 샌드박스
    • 222
    • -3.0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