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울음

입력 2025-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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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흉부 촬영에서 심장은 커져 있었고 우측 흉막에 물이 차 있었다. 바로 심장에 초음파를 갖다 댔다. 심장이 헐떡거리고 있었다. 심장 기능이 20%도 안 됐다. 20%의 기능으로 전신에 피를 보내려 심장은 힘겹게 펌프질하고 있었다. 급성 심부전이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온 74세 환자는 고혈압으로 계속 병원에 다니던 분이었다.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보였던 힘겨운 얼굴과 약간 부은 듯한 눈꺼풀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숨 안 차셨어요? 언제부터 힘드셨어요? 심장이 아프지는 않았어요?” 속사포 같은 질문에 환자는 “왜 많이 안 좋아? 조 원장, 암이야? 나 아프면 안 되는데” 하신다. 오랫동안 병원에 다니셨던 분이고 부인도 우리 환자였다. 몇 년 전 부인이 치매가 온 것도 알고 있었다.

“자식분 계세요?” “딸이 있지.” “빨리 따님에게 전화 걸어주세요.” 핸드폰을 꺼내 딸에게 전화했다. 이쁜 딸이라고 저장된 이름이 뜨고 바로 “아빠” 하는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님 다니시는 병원에 조석현 원장이에요. 아버님 아프셔서 병원에 오셨는데 지금 검사해 보니 심장이 많이 안 좋으세요. 바로 응급실에 가셔야겠어요. 지금 직장이신가요? 직장이 어디시죠?” 딸은 금방 올 수 있다고 했다. 초음파를 끝내고 딸이 올 동안 산소를 주기로 했다. 침대에서 내려오던 환자가 울기 시작했다. “울면 안 돼요. 지금 울면 안 돼요.” 가뜩이나 심장이 헐떡거리고 있는데 감정이 북받친 울음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에 무리가 된다. 간신히 환자를 달래고 산소포화도를 쟀더니 80%대였다. 산소가 투입되자 환자의 가쁜 숨이 좀 가라앉았다. “조 원장, 입원 안 하면 안 될까? 나 없으면 우리 집사람 돌 볼 사람이 없어” 하면서 또 우신다.

조금 있으니 딸이 왔다. 진료실에 불러놓고 아버지의 상태를 설명했다. 한쪽 모니터에다가는 아버지의 각종 영상을 띄워놓고 다른 모니터에는 환자 의뢰서를 작성하면서 설명했다. 나도 마음이 급했기에 내 눈을 모니터에 단단히 고정하고 손으로는 연신 의뢰서를 작성하면서 설명했다. “이제 얼른 가세요”라고 말하면서 딸을 보자 딸은 설명을 듣고 있는 내내 울고 있었다. 딸은 아빠 때문에 울고 환자는 아내 때문에 울고…. 울음은 그렇게 울컥하고 나오는 거다. 느닷없이 나오는 거다. 당신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꼭 말해주고 싶은 소리가 메아리쳐 나오는 거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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