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1984'가 다시 읽히는 이유 [읽다 보니, 경제]

입력 2025-1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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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교보문고)
(사진제공=교보문고)

"자유란 2+2=4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 속 이 문장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더 절실하게 들린다. 스마트폰의 위치 기록, 검색 히스토리, 결제 내역, CCTV와 알고리즘까지 우리의 일상은 이미 데이터 형태로 수집되고 분석된다.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스며든 기술은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고, 개인의 데이터는 돈이 되는 자산이자 통제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감시 아래 무너지는 개인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최고 지도자 '빅 브라더(Big Brother)'가 통치하는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에서 외부당원으로 살아간다. 그는 '진리부'에서 과거의 기록을 현재 권력의 목적에 맞게 수정하는 일을 맡는다. 켜고 끌 수 없는 텔레스크린(Telescreen)은 24시간 그의 움직임과 소리까지 감시하며 사생활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의 통제에 반감을 품은 윈스턴은 금지된 행위인 일기 쓰기와 줄리아와의 비밀스러운 연애를 통해 저항을 시도한다. 그는 지하 저항 조직 '형제단'의 일원이라 믿었던 오브라이언에게 접촉하지만, 그는 사실 당의 충성스러운 감시 요원이었다. 결국 윈스턴과 줄리아는 체포되고, 윈스턴은 잔혹한 고문과 세뇌를 통해 자아와 기억을 잃어간다. 101호실에서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를 마주한 그는 줄리아를 배신하고 마지막 인간성마저 포기한다. 소설은 그가 속삭이는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He loved Big Brother)"라는 문장으로 막을 내린다. 전체주의가 개인의 정신과 진실까지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말이다.

21세기의 '빅 브라더'

오웰의 '1984'는 단순 디스토피아 소설일 뿐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기도 하는 작품이다. 진실이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개인의 판단 능력이 흐려지는 과정은 오늘의 정보 환경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21세기에 개인의 데이터는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 됐다. 검색 패턴·소비 내역·위치 정보 등은 초정밀 맞춤 광고의 기반이 되고, AI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취향·행동·욕망을 학습해 새로운 선택을 유도한다. 데이터 브로커 산업은 이 정보를 묶어 거래하며 거대한 비가시적 시장을 형성했다. 금융권에서는 개인의 온라인 활동이 신용평가와 대출 심사에 반영되고, 채용 과정에서는 지원자가 온라인에 남긴 흔적이 분석되기도 한다. 결국 플랫폼 입장에서 개인은 '사용자'가 아니라 하나의 '데이터'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기술이 강화될수록 이를 피하려는 시장도 함께 성장한다는 점이다. VPN을 활용한 익명 접속, 쿠키 차단·암호화 메신저 등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PETs)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확대됐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식별자(DID)는 플랫폼이 아닌 개인이 자신의 신원과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려는 흐름을 강화한다. 이른바 '데이터 주권'은 이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경제와 소비 패턴을 만드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2+2=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우리는 끝없는 정보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여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을 예측하고, 플랫폼은 우리의 정체성을 데이터로 규정한다. 편리함을 앞세운 감시 기술은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현실과 조작된 현실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AI가 여론을 움직이고 가짜 뉴스가 사실처럼 유통되는 환경은 조지 오웰의 '1984'가 경고한 '진실의 유동성'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시대에 윈스턴의 외침, "자유란 2+2=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이다"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식 주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기술은 통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자유를 회복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개인이 주체적 선택을 유지하는 일이다.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려는 노력, 비판적 사고,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는 태도는 감시 기술이 고도화되는 사회에서 더욱 필수적인 방패가 된다. '1984'는 과거의 경고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며, 변화하는 데이터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자유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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