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휴머노이드 공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테슬라·BMW·메르세데스-벤츠·BYD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자율제조(Auto Manufacturing) 기술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며 기존 생산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단계에 돌입했다. 자동차 조립공정을 기반으로 한 20세기 제조 공정이 인공지능(AI)·로봇 중심의 ‘피지컬 AI 공장’으로 재설계되는 국면이다.
1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은 지난해 약 14억 달러(약 2조 원)에서 2030년 130억~150억 달러(19조~22조 원)로 10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텍사스 기가팩토리 조립공정 일부에 투입했고, BMW는 협력 중인 피겨(Figure)의 ‘Figure 02’를 스파턴버그 공장에 배치해 부품 운반과 조립 보조 공정을 테스트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앱트로닉(Apptronik)과 개발한 로봇을 물류·자재 이송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중국의 속도는 더 빠르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응용 시장으로 휴머노이드를 대량 상용화해 제조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강화 중이다. 샤오펑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을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샤오펑 2025 AI 데이’에서 아이언 2세대 모델도 공개했다. 1세대 대비 생체 구조, 스마트 시스템(두뇌), 에너지 아키텍처(배터리)에서 전면적인 업그레이드를 선보였다. 업계는 아이언 2세대가 극한의 의인화와 더불어 자체 두뇌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에 버금가는 기술력이라고 평가했다. BYD·지리자동차(Geely) 등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체 개발해 배터리·차체 생산 공장에 적용하는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AI 제조 전환’에 본격 착수했다. 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25조2000억 원을 국내에 투입해 AI 기반 생산 인프라와 로보틱스 신사업을 동시에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첫 실증 무대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이 공장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가 연내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경쟁이 단순한 ‘로봇 도입’이 아니라 제조업 패권을 좌우하는 본격적인 체제 전환이라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시작으로 AI 제조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