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칩 기반 가격 경쟁 우위 전망
기업 간 협력 관계 복잡해 단판승으로 끝나지 않아
시장 다변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호재

구글이 지난주 출시한 ‘제미나이 3.0’이 널리 호평을 받으면서 오픈AI의 챗GPT가 일으켰던 AI 패권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1라운드가 AI 칩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엔비디아와 생성형 AI 가능성을 보여준 오픈AI의 주도로 시장이 활성화하는 것이었다면 2라운드부터는 시장 주도권을 놓고 구글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3년 전 챗GPT가 출시될 때만 해도 구글은 AI 경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구글 엔지니어나 전직 최고경영자(CEO)마저 구글이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구글은 자체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와 이를 기반에 둔 AI 모델인 제미나이 3.0, 이를 활용한 클라우드와 서비스로 AI 생태계를 수직 통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글로벌 AI 경쟁에서 잠자던 거인인 구글이 이제 완전히 깨어났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진격은 2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오픈AI와 엔비디아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달만 봐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12% 하락하는 동안 구글 모기업 알파벳 주가는 15% 상승했다.
오픈AI와 엔비디아는 위기를 감지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이례적으로 엑스(X·옛 트위터)에 “구글 성공에 매우 기쁘다”면서도 “엔비디아는 업계를 한 세대 앞서 있다”고 적었다. 이어 “엔비디아는 모든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현재 8억 명 수준인 챗GPT 주간활성사용자가 2030년까지 26억 명으로 늘고 이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2억2000만 명은 유로 구독자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자들을 달랬다.
이들의 바람과 달리 시장은 구글의 위협을 실질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에서 그렇다. 멜리우스리서치의 벤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자체 AI 칩을 기반으로 학습한 제미나이 3.0이 가격 우위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베스팅닷컴은 “구글 TPU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외하면 가장 확실한 모멘텀을 가진 입증된 AI 칩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AI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빅테크 투자에 힘입어 AI 강세장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패권전쟁 2라운드는 기업 간 협업이 얽히고설키면서 예전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례로 구글은 자체 AI 칩으로 지금까지 성장했지만, 경쟁사라 할 수 있는 엔비디아 GPU도 대량으로 구매해왔다. 구글 핵심 협력사인 브로드컴은 오픈AI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그간 오픈AI에 투자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투자처를 다른 곳으로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 주요 고객사인 메타가 구글 TPU 사용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2% 넘게 하락한 것도 이러한 복잡성과 맞물린다.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구글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며 “AI 모델들은 종종 서로를 통해 도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미나이 3.0은 훌륭해 보이지만, 아직 승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구글 TPU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는 브로드컴의 최대 메모리 공급 업체다.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가 흔들리면 SK하이닉스에 악재일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다변화 측면에서 역시 수혜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