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과학기술·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적 연구자를 국가가 직접 육성하고, 해외 우수 인재 2000명을 전략적으로 유치하는 대대적 인재 확보 정책을 가동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이공계 이탈 우려 속에서 국가가 전 생애 주기를 설계해 핵심 연구자를 키우는 ‘과학기술 인재 확보전’에 본격 나섰다는 평가다.
24일 정부는 제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을 의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총리급 부처로 승격되면서 11월 신설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과학기술부총리를 의장으로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등이 참여한 회의체다.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R&D 혁신을 이끌 ‘국가과학자’ 제도를 신설한다. 2030년까지 세계적 연구성과를 보유한 과학자 100명을 선발해 연 1억 원의 지원금과 국가적 예우를 제공하고, 주요 R&D 제도 설계와 정책 평가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박사학위 취득 7년 이내 초기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젊은 국가과학자’ 제도도 도입한다. 메이저급 과학상 잠재 수상 분야나 AI·차세대 기술 등 전략 연구 영역에서 매년 세 자릿수 규모로 선발해 성장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해외 우수 인재 유치도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외 우수·신진 연구자 2000명 유치를 목표로 설정했으며, 이 중 70%는 재외 한인 과학자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재외 한인 과학자는 2만5000명이며, 해외 석·박사 과정 유학생은 약 59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귀국을 유도하기 위해 세종과학펠로우십 복귀트랙 운영, AI 융합 연구단 ‘이노코어’ 지원, 소득세 10년간 50% 감면 등 장기 정착 패키지도 마련했다.
해외 유치 인재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유치 제도도 개편한다. 기존 개인 유치 중심의 ‘브레인풀’ 사업을 기관 유치형으로 확대해 해외 인재를 영입한 기관에 연 30억 원을 블록펀딩 방식으로 제공한다. 내년 예산은 537억 원이며, 정부는 2030년까지 20여 개 기관을 지정할 예정이다.
국가가 직접 설계하는 과학 인재 성장 사다리를 구축한다. 과학영재→우수 대학(원)생→신진·차세대 국가과학자→리더 국가과학자로 이어지는 성장 경로를 만들고, 영재학교·과학고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대학에는 박사 조기 취득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2030년 이후 예상되는 이공계 유입 감소에 대비한 구조적 대응이다.
이공계 생활·연구 기반도 강화된다. 정부는 국가장학금·연구생활장려금을 확대하고 정신건강 지원, 주거부담 완화, 청년 연구자 적금 신설 등 생활 기반 지원책을 마련했다. 상위 1% 연구자 대상 파격 인센티브 도입, 대학·출연연·기업 간 겸직 활성화, 정년 이후 연구 지속 지원 등 장기 커리어 지원책도 포함됐다. 13개 거점국립대와 과기원에는 ‘AI+X’ 특화 학사과정을 신설하고, 단과대당 20명 내외 전임교원을 신규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의 AI 전략이 구체화된 것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업계에선 아쉬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수 인재가 받는 처우는 정부 지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국가과학자 신설을 제외하면 새롭거나 실효성 있는 내용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교원 확대도 계약직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연구자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