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목표만큼 현실을 보라…멀고 먼 中企 ‘GX’ [데스크시각]

입력 2025-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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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탄소 압박’이 한층 거세졌다.

글로벌 질서가 기후 대응 중심으로 재편되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목표는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이 이를 따라갈 체력과 기반은 좀처럼 답이 보이지 않는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공정을 바꾸고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 이는 투자 없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 제조업은 이윤 3~5% 남짓한 얇은 수익 구조에 놓여 있다. 산업용 전기료가 10%만 올라가도 흑자 구조가 뒤집힌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의 한 자동차 부품 주물업체는 전력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비 점검을 하는 시간만이라도 공장을 멈춘다. 정부가 말하는 ‘53~61% 감축’이 현장에선 ‘도대체 어떻게 줄이라는 말인가’라는 절망으로 들린다.

문제의 핵심은 정책 목표와 산업 현장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53~61%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중소기업 상당수는 아직 자사 배출량조차 체계적으로 측정하지 못한다. 탄소 감축은 ‘측정→분석→투자→전환’이라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한데, 재무·인력·기술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첫 단계에서부터 막혀 있다. 그린 전환(GX)은 물론,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전환(AX) 역시 병행해야 하지만 이 역시 비용과 전문 인력 문제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탄소 감축 연구개발(R&D) 사업’은 모처럼 들린 반가운 소식이다. 5년간 4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전력 저감 기술, 대체 연료·원료, 재활용 공정 등 중소기업이 실제 공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탄소감축 기술을 마련하고 시범적용·실증까지 지원하는 구조라 중소기업 현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보완하는 데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사업은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진행 중에 있다. 총사업비와 국비 규모가 커 예타 통과가 필수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중기부가 내년 예산안에 일부를 먼저 반영했지만, 예타가 통과하지 않으면 전체 계획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산업 전환의 핵심 시기에 모처럼 마련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이 좌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기후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탈 탄소 시대의 전환 비용을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전가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CBAM 대응을 위해서는 제품 단위의 탄소 배출량까지 산정해야 하고, 공급망 전체에서 탄소 데이터가 요구되지만, 대기업·글로벌 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이를 수행할 기반이 없다. 결국, 중소기업이 버티지 못하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한다.

따라서 탄소감축 R&D 사업은 예타 통과 여부를 떠나 ‘정책적 필수사업’으로 봐야 한다. 감축 기술을 직접 만드는 것뿐 아니라 설비 교체 지원,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지원 등 ‘전환 비용을 정부가 함께 나누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개별 기업의 감축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해 ‘감축이 곧 이익’이 되는 구조도 필요하다.

정책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 GX는 대기업 하나가 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수만 개의 중소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기후 대응의 속도가 중소기업의 현실과 엇박자를 내는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목표 중심 정책’에서 ‘현장 중심 정책’으로 전환할 때다.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를 지키는 것이 결국 한국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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