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자 '정운찬' MB노믹스와 조화에 관심

입력 2009-09-04 11:56 수정 2009-09-0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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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 총리 성공적 수행 여부에 주목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9.3 개각에서 단연 관심의 핵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MB노믹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제 2기 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에 전격 내정된 것이다.

정 후보자는 내정 직후인 3일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철학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유연함을 보였지만 그간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비판적이었던 그가 학자때 소신을 내각의 수장으로 어떻게 조화하고 정책을 펴나갈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단골 총리,부총리 후보제의를 받아왔지만 이를 고사해 왔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한때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물러나면서는 정 후보자에게 차기 서울시장을 제안하기도 했고 당선 뒤엔 인수위원장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여야를 막론하고 집중 구애를 받아 온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 내정자가 한국의 대표적 경제통이라는 점에 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미국의 명문대학인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학회 회장·한국경제학회 회장도 역임한 바 있는 등 경제 전반에 발이 넓다.

하지만 그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해 왔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이번 내정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 내정자는 정부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선 우리 경제의 거품을 키운다고 비판해 왔다. '4대강 운하’에 대해 그는 "대운하를 만들 돈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더 주는 게 낫다”고 꼬집어 왔고 녹색 뉴딜에 대해선 “반짝 효과는 있어도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과 생산성을 높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바 있다.

금산분리완화에 대해서도“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감세 정책과 관련해서는“감세가 실제 경제 효과 없이 소수 부자들의 재산을 불려주는 것이다.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은 실수다”라고 꼬집은 바도 있다.

한편으로 현 정부의 재정확장형 기조와는 접목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학자로 그의 성향은 기본적으로 경기 순환을 안정시키고 완전 고용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핵심으로 하는 '케인스주의자'라는 점이다.

이러한 성향은 현 정부의 관점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가 총리직을 수행할 경우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최근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정부 대책을 제시하고 그 시기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출구전략'도 예상보다 빨리 시행될 가능성도 높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과 출구전략은 시기를 놓치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밝혀 왔다.또한 '구조조정 원칙론자'인 정 내정자의 성향상 기업 구조조정 역시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반 우려반이 섞인 가운데 정 내정자는 내정 직후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대통령을 만난 후 기본적으로 경쟁을 중시하고 촉진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따뜻하게 배려한다는 관점은 같았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가 총리직을 수행할 경우 정부 경제팀의 역학관계도 변화가 예고된다.

현 정부 경제팀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과 최근 경제특보로 컴백한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등이 핵심라인이다. 이들은 관료사회에서 가장 끈끈한 유대로 '모피아(Mofia)'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과거 재무부 출신의 선후배 사이다.

한승수 전 총리 시절 총리실의 경제 정책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면 경제전문가인 정운찬 내정자가 정부 경제팀과 어떠한 함수와 역학관계를 형성해 갈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쉽게 제 자리를 찾아가기 힘들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그가 내부 입지를 다지려면 이 대통령과 충돌하거나 학자시절 소신을 접어야 하지만 양쪽 모두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서다.

특히 그에 대한 내정은 여권으로서는 10월 재보선도 있고, 내년 지방선거도 있고 민심을 끌어들여야 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실정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카드로 내세웠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란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하는 데다가 일각에서 총리에 내정돼도 정운찬 총리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권 중반기를 대비한 현 정부가 '화합형 중도실용'카드로 내세운 정운찬 내정자가 총리직을 무난히 수행할지 현 정부를 비판했던 과거에 묶여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는 '얼굴마담형 총리'가 될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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