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골목.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연 팝업스토어 ‘메이커스 스튜디오(Maker’s Studio)’에서 만난 20대 방문객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전시장을 한 바퀴 더 둘러본 뒤 발걸음을 돌렸다.
메이커스 스튜디오는 지난달 17일 문을 열었다. 1950년대 국민주택부터 3기 신도시까지, 한국 주택·도시정책 80년을 한눈에 보여주는 공간이다.
LH가 ‘팝업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을 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3기 신도시 공급 등 부동산 정책에 익숙하지 않은 20~30대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실제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전시장에서는 젊은 방문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LH 관계자는 “주거와 도시 문제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 성수에 공간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성수역에서 10여 분을 걸어 도착한 이곳은 카페와 편집숍이 즐비한 중심 거리에서 살짝 비켜 있다. 영화관처럼 꾸민 외관과 ‘당신이 주인공인 대한민국을 짓습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QR코드로 간단히 입장을 마치고 좁은 통로를 지나면 가장 먼저 ‘역사존’이 방문객을 맞는다. 벽면에는 1950~1960년대 흑백 주택 사진과 LH 전신인 대한주택영단·대한주택공사 시절 홍보 영상이 레트로 TV와 필름 현상기를 통해 재생된다. 비디오테이프를 직접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라 오랜만에 보는 장비에 남녀노소 모두가 연신 감탄했다.
바로 옆에는 한국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 세트가 마련돼 있다. 전후 국민주택, 1962년 마포아파트 동호 추첨, 1990년 자유로 기공식 등 주요 장면을 세트장 형태로 재구성해 인증샷을 남기기 적합한 공간을 만들었다. 탁구공만 한 추첨공과 당시 현수막, 간이 연단 등이 배치된 마포아파트 세트는 특히 많은 발걸음이 몰렸다.
역사존을 지나면 ‘타임루프 월(Time Loop Wall)’이 이어진다. 1기 신도시 분당·일산, 2기 신도시 판교·동탄을 거쳐 3기 신도시 남양주·하남·고양·인천계양·부천대장으로 이어지는 도시 확장의 흐름을 한 벽면에 압축해 보여준다.
이어지는 ‘게임존’에서는 방문객 참여도가 크게 늘었다. 키오스크에서 출퇴근 방식, 주말 라이프스타일, 선호하는 여가 활동 등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3기 신도시 유형이 제시된다. ‘계획러’에게는 인천계양, ‘힐링 선호형’에게는 부천대장, ‘속도·접근성 중시형’에게는 남양주왕숙이 추천되는 식이다. 게임을 마치면 결과에 맞춘 카드가 제공돼, 해당 신도시의 교통·자족 기능 등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옆에는 실제 자전거와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GTX 추격 게임’이 자리한다. 페달을 밟을수록 화면 속 캐릭터가 GTX 열차를 따라잡는 방식으로 몇 분만 달려도 땀이 맺힐 정도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팝업스토어 내부에는 방문객들의 곡소리와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마지막 공간인 ‘미디어룸’에서는 3기 신도시 완공 후 모습을 4면 LED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 GTX역과 환승센터, 공원, 어린이집, 커뮤니티 시설 등 일상의 장면이 2~3분간 펼쳐지며 신도시의 미래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모든 코스를 마치면 ‘라운지’에서 관람 완료 인증을 거쳐 다양한 기념품을 받아갈 수 있다.

방문객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20대 B씨는 “주거정책을 이렇게 쉽게 풀어놓은 전시는 처음”이라며 “뉴스에서 듣기만 했던 신도시가 어떤 모습인지 이해가 된다. 앞으로는 부동산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LH를 중심으로 수도권 내 주택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3기 신도시는 서울의 과밀 수요를 분산시키는 핵심 대안으로 평가된다. △남양주 왕숙(6만 가구)·왕숙2(1만5000가구) △하남 교산(3만7000가구) △인천 계양(1만7000가구) △고양 창릉(3만8000가구) △부천 대장(1만9000가구) 등 서울 인근에 총 18만6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핵심 기능은 ‘서울 출퇴근 시간 단축’과 ‘지역 자족 기능 강화’다.
LH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신도시에서 살고 있어도 그 도시가 어떤 배경과 계획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역사와 비전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메이커스 스튜디오는 12월 31일까지 운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