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AI 시장 공략 신호탄
AI 기반 제3국 진출 교두보
초대형 데이터센터 협력 부상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공지능(AI) 인프라·데이터센터 분야에서 대규모 협력에 나설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맞춰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첨단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양국 간 기술 협력이 실질적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일정의 핵심은 19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이다. UAE 정부가 미래산업 투자 확대 전략을 내세우는 가운데 한국 측에서는 15명의 경제계 인사가 참석한다.
참석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유영상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조석 HD현대 부회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주요 그룹과 기술기업의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그간 한국은 UAE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으며 제조업·건설 등 산업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동 지역에서는 산업 구조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탈석유 시대 중동 산유국과의 협력 전략’ 보고서는 “UAE는 전통적 다각화에서 더 나아가 첨단 지식경제로 이동하고 있다”며 “항공·관광·부동산 등 기존 주력 산업이 팬데믹 기간에 타격을 입으면서 첨단 제조업 육성, 국가 혁신체계 강화, 민간투자 확대에 정책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UAE는 최근 몇 년간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AI·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으로 성장축을 전환해 왔다. 특히 UAE는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국가 주도 AI 역량)’ 확보를 목표로 데이터 인프라 확충, 글로벌 기술기업 유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AI 인프라·데이터센터·에너지 효율화·AI 운영 체계 등 전방위 영역에서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가 간 전략적 이해관계와 기업 간 기술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만큼, 한국 기업으로서는 중동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UAE 역시 첨단산업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릴 파트너를 확보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유럽·중동 진출을 위해 UAE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협력을 넘어, 한국-UAE 협력을 통해 제3국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UAE를 주축으로 삼아 중동·아프리카 시장 공략도 노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영역에서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UAE의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동의 고온 환경에서는 전력 효율과 반도체 안정성이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를 기반으로 한 액침냉각·고효율 쿨링 솔루션 등 데이터센터 핵심 설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UAE처럼 고온·건조한 기후에서는 열관리가 중요한 만큼, LG전자의 기술이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SK그룹은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 멀티 클라우드 운영 모델, AI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협력 방식이 거론된다.
네이버는 초대형 AI 모델과 검색·클라우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정부·공공 분야 AI 구축, 언어 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UAE와 협력할 여지가 있다.
에너지·인프라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확장과 맞물리며 협력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HD현대·GS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 등은 발전·송전·냉각 인프라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UAE의 대규모 AI 산업단지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