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달러 안전 가치 부각
AI 버블론에 불투명한 원화 강세 요인까지

강달러 바람이 거세지며 환율 변동성을 반영하는 환노출 상장지수펀드(ETF)가 환율 변동 폭을 상쇄하는 환헤지 ETF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근 6개월간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S&P500 ETF는 19.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S&P500(H) ETF 상승률(12.89%)을 6.5%포인트(p)가량 웃돈다. 나스닥 지수를 좇는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H) ETF도 각각 23.79%, 16.63% 오르며 격차를 보였다.
강달러 압력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며 환노출형과 환헤지형 상품간 성과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환노출 ETF는 환율 변동이 수익률이 그대로 적용돼 원화 약세 국면에는 환차익이, 원화 강세 국면에는 환손실이 각각 발생한다. 환헤지 ETF는 환헤지는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특정 시점 환율로 고정해 놓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 유리하다.
최근 미국 정부 셧다운이 43일 만에 종료되며 경제 불확실성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했지만, 달러인덱스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지표로 올해 9월 96.63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가 이달 14일(현지시간) 99.30까지 올랐다. 4일에는 약 5개월 만에 100을 돌파하기도 했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지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금리 인하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은 시중에 유동성을 늘려 화폐 가치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최근 미국발(發) 인공지능(AI) 버블 논란까지 겹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부각했다는 의견도 있다.
5월 이후 130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9월 다시 1400원대로 올라서 이달 들어 장중 1470원대를 기록했다. 14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환율 오름세는 진정되며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0원 오른 달러당 1458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원화 강세 요인이 뚜렷하지 않아 하방이 경직된 흐름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에 작용한 대부분 요인이 단기 내 해소되기 어려워 1400원대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원화 강세 요인보다 원화 약세 요인이 부각하는 만큼 환율 레벨은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 압력이 구조적 측면에서 비롯된 만큼 당분간 환헤지 ETF 성과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TF 운용 과정에서 투입되는 환헤지 비용도 고려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현재 환헤지 ETF는 연 2~3% 높은 헤지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금리 차가 2%p에 달하며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