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랠리에 PB 운용 선호 커져

국내 증시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한동안 위축됐던 일임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 특히 프라이빗뱅커(PB)가 직접 운용하는 지점운용형 랩에 자금이 몰리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채권 위기 이후 투자자 신뢰가 크게 흔들렸던 시장이 다시 성장 국면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잔고는 91조3154억 원으로, 지난해 말(84조7300억 원) 대비 7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랩어카운트 잔고는 2022년 9월 142조5550억 원, 2023년 9월 101조1810억 원, 지난해 9월 94조4080억 원 순으로 줄었다. 올 3월 80조 원까지 떨어진 이후 8월 들어 90조 원대로 다시 반등했다.
랩어카운트는 금융사가 투자 일임 계약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운용·사후관리까지 통합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운용 주체에 따라 본사 모델 포트폴리오 기반의 ‘본사운용형 랩’과, 지점 PB가 개별 투자자에 맞춰 직접 운용하는 ‘지점운용형 랩’으로 나뉜다.
올해 시장 반등 국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지점운용형 랩의 성장이다. 지난해 8월 7조9400억 원 수준이던 지점형 랩 자산은 매달 증가세를 기록하며 올해 7월 10조 원을 넘긴 이후 9월에는 11조72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지점운용형은 증시 변동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고객 요구를 실시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잦은 매매 수수료가 PB 수익의 주된 원천이었지만, 최근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오히려 랩 계좌 기반의 전략 운용이 PB·고객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도 수요 확대의 배경이다.
본사 모델 포트폴리오 기반으로 운용되는 본사운용형 랩도 꾸준히 증가세다. 9월 말 기준 본사형 랩 계약 자산은 79조 원대로, 3월 저점 이후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다 8월에는 81조 원대까지 불어났다. 정형화된 전략과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춘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랩 시장은 큰 신뢰 위기를 맞았다. 채권 가격이 급락했던 2022년~2023년 일부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돌려막기식으로 운용해 손실을 전가한 사례가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다. 수익률과 신뢰가 흔들리며 자금 이탈이 크게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 반등과 운용 안정성 강화가 맞물리며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증권사들도 지점운용형 랩 고도화, 디지털 기반 관리 시스템 구축 등 맞춤형 WM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시점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직접투자비중이 높아졌는데도 이번 상승장에서 펀드, 랩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랩어카운트의 경우 목표전환형 상품이 성공적으로 상환을 이어가고 있으며, PB들의 역량이 돋보이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