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2300명 짐 쌌는데…디지털 인력은 '특채 경쟁' 고용 양극화

AI(인공지능)와 디지털 전환이 시중은행의 고용 지도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시중은행의 영업점이 3년 반 만에 사라지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나 반면 IT·데이터 인력은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는 등 ‘고용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국내 영업점 수는 9월 말 기준 2705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9월 말 3079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74개(12.1%)가 문을 닫은 셈이다.
오프라인 지점 축소와 함께 인력 감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NH농협 포함)은 2025년 초 희망퇴직을 통해 총 2315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이는 전년(1869명) 대비 23.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신한은행은 희망퇴직 대상 연령을 1986년생(만 39세)까지 낮추며 인력 효율화의 강도를 높였다.
은행 창구에서 하던 단순 입출금, 공과금 수납, 제증명 발급 등의 업무가 AI 챗봇과 모바일뱅킹 앱 등 비대면 채널로 상당 부분 대체되면서 ‘창구 행원’의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반면 창구 직원과 달리 IT·디지털 인력은 은행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25년 하반기 4대 시중은행의 공채 인원은 총 64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명 감소했지만, 이 와중에도 IT 인력만큼은 ‘예외’로 두고 적극적인 확보 경쟁에 나섰다.
은행 창구에서 하던 단순 입출금, 공과금 수납, 제증명 발급 등의 업무가 AI 챗봇과 모바일뱅킹 앱 등 비대면 채널로 상당 부분 대체되면서 ‘창구 행원’의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실제 2025년 하반기 채용에서 신한은행은 AI 전공자 등을 채용해 ‘AI 전담 애자일 조직’을 신설했고 하나은행 역시 ICT(정보통신기술) 및 디지털·AI 부문 인재 영입에 집중했다. 국민은행도 2018년에 세운 '2025년까지 디지털 인력 4000명 증원' 목표에 따라 IT 및 플랫폼 개발 직무를 별도로 구분해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은행의 핵심 업무가 AI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AI 기반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AI 이상거래탐지(FDS), AICC(AI 컨택센터) 구축 등 은행의 핵심 경쟁력이 모두 IT와 AI 역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러한 ‘고용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연말과 내년 초에도 희망퇴직을 통한 단순 사무 인력 감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생성형 AI를 관리·통제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