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도 아직 불확실
정부 세제 지원 등 의존, 경계 필요

2017년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할 무렵, 대부분의 방송사업자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 확신은 오직 단 하나 초저가 한국 유료방송시장에서 월 만 원이나 되는 유료 동영상 서비스가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단기간에 한국 방송시장을 압도하면서 승승장구하였다. 특히 오랜 지상파방송 독과점 구조에서 허덕이던 영상 제작시장까지 장악하면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달 조사된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약 1,444만명으로 2위인 쿠팡 플레이 831만 명을 크게 앞서고 있다. 심지어 합병 추진 중인 티빙과 웨이브보다도 많다.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물론 최근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와 웨이브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프로야구 중계는 이전 네이버와 달리 2차 가공을 허용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티빙 가입자는 물론이고 프로야구 관객 수도 증가해 콘텐츠 원형과 미디어 서비스가 윈-윈(win-win)한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좋은 이야기 거리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은 스토리가 디지털 공간에서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표방해 큰 성과를 거두었던 뉴욕 타임즈의 ‘mobile first’ 전략을 연상케한다. 이런 긍정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티빙의 수익구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열악한 시장구조에서 콘텐츠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유료 동영상 서비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웨이브와의 합병이 성사되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광고 수익 확대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하지만 합병에 부정적인 KT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결국 KT가 합병에 동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웨이브의 지상파방송 콘텐츠 경쟁력과 독점력이 약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그보다 최대 유료방송사업자인 KT 입장에서 결국 ‘제 살 깎아 먹기’ 우려 때문 아닌가 싶다.
더구나 포화상태에 근접하고 있는 광고시장을 감안할 때,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영상서비스가 향후 지속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최근 수익한계에 도달한 가전사들이 본격적으로 FAST(Free Advertising Streaming TV)를 추진하면서 광고 재원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실제 넷플릭스 뿐 아니라 모든 OTT 사업자들이 완전 유료 서비스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광고시장에 발을 들이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 OTT를 구원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국내 OTT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인터넷 온라인 미디어를 규제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했던 규제 기구 개편이 ‘속 빈 강정’이 된 것이다. 새로 출범한 ‘방송미디어통신부’ 역무에 OTT 관련 업무가 실무적 이유로 빠졌기 때문이다.
향후 ‘OTT 민간 합동 발전위원회’ 같은 부처 간 협력 기구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 운영되었던 몇몇 협력 위원회 사례들을 보면 실효성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왓차의 파산 및 회생절차에서 보여준 것처럼, OTT 같은 시장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산업에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될 일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 요구하는 파격적인 제작비나 세제 지원은 그 자체도 무리지만 OTT 산업에 적합한 정책이 아니다. OTT는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글로벌 OTT들도 그런 구조에서 성장하였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에 의존해 사활을 거는 분위기 자체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대관업무(對官業務)에 사활을 거는 사업은 결코 지속적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