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비만약 시장 경쟁이 급팽창하면서 ‘단순 체중 감량’ 효과만으로는 차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14일 제약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 바이오기업 질랜드파마(Zealand Pharma)는 13일(현지시간)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다피글루타이드(Dapiglutide)’ 개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질랜드파마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약물이 시장을 여는 열쇠”라며 “임상적·상업적 차별성이 낮은 파이프라인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다피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2) 이중작용 기전으로 임상 1b 상에서 일반적으로 비만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11%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주목받았다. 올해 임상 2b상에 진입할 계획이었지만 질랜드파마는 “향후 장기 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이번 조정은 비만 치료제 시장이 이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등 글로벌 제품 중심으로 고도화된 가운데, 신규 진입 기업의 임상 차별화가 쉽지 않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질랜드파마는 로슈와 제휴한 아밀린 유사체 기반 ‘페트렐린타이드(Petrelintide)’, 베링거인겔하임과 함께 개발중인 글루카곤·GLP-1 수용체 이중작용제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 등 다른 파이프라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후속 주자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체중 감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감소를 보완하는 ‘근육 증가 효과’를 결합한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비만학회(Obesity Week 2025)에서 신개념 비만치료제(HM17321)와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HM15275) 등 2개 비만신약에 대한 4건의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동제약은 복용 편의성을 앞세운 먹는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의 'ID110521156‘는 임상 1상에서 4주 투약 후 최대 13.8%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으며 위장관 부작용과 간독성 문제를 최소화했다. 약물 반감기 또한 18시간 이상으로 1일 1회 복용이 가능한 장기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미 ‘감량률 경쟁’을 넘어 근육량 유지, 지속성, 안전성 등이 핵심 경쟁 요소로 이동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개발 중단이나 포트폴리오 조정은 임상 전략이 정교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