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산업 발전과 함께 공정에 필수적인 고품질 초순수(Ultrapure Water·UPW) 수요도 높아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국제물포럼(KIWW) 2025'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수처리 전문가들이 모여 초순수 현황과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초순수·담수화학회(초순수학회)는 1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KIWW 2025를 계기로 특별세션 '차세대 초순수 기술과 미래 전망'을 개최했다.
남궁은 초순수학회장(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연구교수)은 개회사를 통해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 확장으로 산업 공정이 점점 더 정밀하고 복잡해지면서 초순수의 순도와 신뢰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첨단산업과 국가경쟁력의 상징인 초순수가 없다면 AI 기술도 시스템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초순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초순수 세상을 향한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KIWW를 주관한 곽결호 한국물포럼 총재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수준이 세계적임에도 초순수 생산 기술은 그동안 일본 기술에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완전한 국산화에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보다도 더 엄청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헀다.
최종 생산까지 30개 공정을 거쳐야 하는 초순수는 물속 유기물·이온 등을 제거한 순수에 가장 가까운 물로, 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단위의 첨단 공정이 필요한 고급 반도체 세척에 쓰여 '반도체 생명수'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초순수는 기술 장벽이 높아 그간 일본·미국 등 해외기업이 사실상 국내 점유율을 독식해왔다.
발제자로 나선 나이 인 입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미국 내 초순수 관심·수요 증가)와 이경혁 명지대 교수(한국 내 초순수 산업·시장)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반도체, 초순수가 지속가능성을 이어가려면 물 갈등 완화, 공정 효율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헀다.
입 교수는 "평균적인 반도체 공장은 매년 1000만 갤런(1갤런=3.8ℓ)의 막대한 양의 초순수를 사용하는데 이는 미국 5만 가구의 소비량과 같다"며 "반도체 공장 건설 시 지역사회와 물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지역민의 이러한 인식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은 건물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폐수 처리, 재사용 등 물관리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향후 더 적은 물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해야 하고, 이를 위한 고도 수처리 기술, 공정 혁신이 중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수록 물 사용도 증가하게 된다"며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인데 물 공급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반도체 프로젝트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이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물 재이용 공정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수 재이용, 해수담수화를 통한 물을 반도체 제조용 초순수로 활용할 경우 과불화화합물(PFAS) 등 독성물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 과제도 남아 있다"며 "동시에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절감 기술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에서 도입한 에너지 절감 기술도 소개됐다. 구태완 삼성전자 박사는 "최근 초순수 기술은 고품질 유지뿐 아니라 환경 부담을 줄이는 친환경도 핵심적 요구 사항이 됐다"며 "공정에서 물 사용량을 실제 사용량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 제어 시스템을 통해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