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니켈·흑연 등 공급망 다변화 전략
정제·가공 등 '종합 밸류체인' 구축 관건

탈중국 공급망 강화 기조 속에 주요국들이 핵심 광물 밸류체인 구축에 뛰어들자, 국내 기업들도 자원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배터리 산업의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흑연 등 전략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원광 확보는 물론 정제·가공 및 생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13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회사는 이차전지 소재 핵심 원료인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호주 광산과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소금 호주)에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호주 대표 광산기업 미네랄 리소스가 신규 설립하는 중간 지주사 지분 30%를 인수하는데 5억65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내 광권(채굴권)을 가진 캐나다 LIS의 아르헨티나 현지 법인을 인수하는데 6500만 달러(약 950억 원)를 투입하는 식이다. 호주 광산의 경우 현재 채굴이 진행 중인 곳이라, 포스코홀딩스는 당장 내년부터 리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리튬 가격이 저점에 달했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리튬 공급망을 선제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호주 광산에서만 연간 27만t(톤)에 달하는 리튬 정광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생산 체계 구축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는 니켈 공급망 강화를 위해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4곳에 약 7000억 원을 투자해 왔다. 이는 원광을 1차로 가공한 니켈 중간재(MHP)를 저렴하게 확보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 회사는 이 1단계 투자 프로젝트로 연평균 180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작한 2단계 투자에서도 추가적인 니켈 확보와 수익 확대가 발생할 전망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천연흑연 공급망을 아프리카로 넓히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27년부터 아프리카산 천연흑연을 국내에서 직접 가공해 구형 흑연과 음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비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천연흑연 음극재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에 4년간 6700억 원어치의 전기차 배터리용 천연흑연 음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와 인듐, 비스무트 등을 생산해 탈중국 전략 광물 공급망의 중심으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온산 제련소에 갈륨 생산라인도 구축한다. 갈륨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업별 선제적 공급망 확보가 단기간 내 성과로 창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예컨대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리튬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리튬 공급망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비영리 에너지·환경 연구기관 리소스포더퓨처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t(톤)당 평균 1만6000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운데, 현재 가격이 이를 크게 밑돌고 있어 단기간 내 수익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단순 원료 확보에 그치지 않고, 채굴부터 정제·가공, 완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종합 밸류체인을 구축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원료를 정제·가공하는 단계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탈중국화를 실현하려면 확보한 자원을 완제품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대규모 자체 생산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