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까지 하루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날 하루 수험 생활 갈고닦은 실력을 쏟아내야 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컨디션 조절과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요. 이에 각종 지자체에선 특별교통대책을 시행하면서 원활한 시험장 이동을 돕고, 영어 듣기평가 시간대에는 항공기 이·착륙도 전면 금지하는 등 소음 관리 대책에도 나섭니다. 전국 은행과 증권시장 정규 시장 개장도 평소보다 1시간 늦춰집니다. 전국이 그야말로 '수능 모드'에 돌입하는 거죠.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수능, 연예계에서도 수험생들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아이돌의 수능 응시 여부가 화제로 떠오르는데요. 올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적지 않은 스타들이 수능을 미응시하는 가운데, 일부는 시험장으로 향해 엇갈린 선택을 보여주죠.

올해 수능 응시자는 55만4174명으로 지난해 대비 3만1504명 늘었습니다. 2019학년도(59만4924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응시자인데요. 올해 의대 모집 인원이 다시 원래대로 축소됐고요. 출산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고등학교 3학년 '현역'으로 수능을 보고 졸업생인 'N수생' 응시자도 많아 경쟁도 한층 치열할 전망입니다.
12일 가요계에 따르면 고3 현역으로 시험을 치르는 대표적인 아이돌은 그룹 제로베이스원 멤버 한유진입니다. 제로베이스원은 올해 세계 각지를 넘나들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기에 더욱 많은 시선이 쏠렸죠. 1월에는 일본 EP 1집을 발매했고 곧장 2월 미니 5집을 발표하며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9월에는 첫 번째 정규앨범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를 발매, 일본에서도 스페셜 EP '아이코닉(ICONIK)'을 공개했고 두 번째 월드투어 '히어&나우(HERE&NOW)'를 세계 곳곳에서 개최하며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간 제로베이스원입니다.
올해 1월 데뷔한 킥플립 동현도 시험장에 들어섭니다. 1월 미니 1집, 5월 미니 2집, 9월 미니 3집 '마이 퍼스트 플립(My First Flip)'에 이르기까지 킥플립 멤버들은 매 앨범 작사, 작곡에 참여해왔는데요. 특히 3집 크레디트에는 멤버 전원이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죠. 타이틀곡 '처음 불러보는 노래'는 동현이 작사·작곡에 참여했습니다. 킥플립은 이 노래로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자랑했습니다.
'롤라팔루자 시카고', '서머소닉 2025', '2025 TIMA' 등 각종 대형 글로벌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팬들에게 학교 생활을 공유하며 눈길을 끈 동현인데요. 킥플립 멤버들이 수능에 임하는 동현의 수능 도시락을 싸주겠다고 밝히면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투어스 경민, 이즈나 유사랑도 올해 수능 응시자입니다. 이들 모두 팀 활동과 함께 학업을 병행해오면서 눈길을 끌었죠.
반면 일찌감치 수능 미응시 계획을 공식화한 아이돌도 있습니다. 아이브 막내 이서는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의 논의 끝에 수능을 치르지 않기로 했는데요. 소속사는 "이서와 수능 응시에 대해 오랜 논의를 거쳤으나 현재는 아이브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견에 따라 미응시를 결정했다"며 "향후 이서의 의견에 따라 대학 진학 여부를 추후 고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안유진부터 장원영, 리즈 등 아이브의 다른 멤버들도 활동에 전념하고자 수능을 치르지 않았죠.
베이비몬스터 아현과 라미, 아일릿 원희, 하츠투하츠 유하와 스텔라, 미야오 나린, 캣츠아이 윤채, 이즈나 최정은, 트리플에스 김수민·김채원·정하연·정혜린 등도 수능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취지는 모두 같은데요. 당장은 학업보다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각자의 신념으로 수능 응시 여부를 결정하는 요즘. 수능을 보는 아이돌보다 응시하지 않는 이들의 수가 많을 만큼 상당수가 수능을 보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대학 진학에 적극적이었던 과거와는 정반대죠.
2000년대엔 활동 실적을 바탕으로 입학하는 특례 입학이 활발히 운영됐습니다. 방송 출연이나 음반 발매 등 연예계 경력이 곧 스펙으로 통한 건데요. 소위 '명문대 합격 소식'보다 '대학 진학 포기' 사례가 이례적이었던 시기죠.
문제는 형평성과 불투명한 기준이었습니다. 대학이 유명 연예인의 이름값을 이용해 홍보 효과를 노린다는 비판도 거셌고, 대학교 진학 이후 불성실한 출석 문제도 잇따랐습니다.
본래 대입 전형의 다양화, 특성화 정신에 따라 교과 성적뿐 아니라 학생의 소질과 적성, 특기, 소양 등을 반영해 선발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점차 이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 거세진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요. 실기 평가나 면접 중심의 전형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로 작동하기보단, 연예인이라는 사회적 인지도와 학교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간 탓입니다.
당시엔 특례 입학 제의를 거절한 스타들의 행보가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이유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학을 꼭 갈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며 "어차피 대학을 가도 제대로 다닐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고요. 유승호는 인터뷰를 통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쭉 대학에 대한 고민을 했다.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그건 제 욕심인 것 같다"며 "간다면 연극영화과인데 가봤자 촬영하느라 가뭄에 콩 나듯 출석한다면 '안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죠. 학업보다 활동이 우선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대학 진학은 오히려 부담이라는 겁니다.
또 K팝을 포함해 K-콘텐츠가 세계에서 각광받으면서 대학 진학보다 현장에서의 커리어를 우선하는 흐름도 강화됐는데요. 대학의 이름값이 아닌 개인의 실력과 성취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의 활동에 주력하게 된 겁니다.

학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지금의 아이돌 산업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빠른 속도를 보이는데요. 적지 않은 아이돌 그룹은 한 해에도 수 차례 컴백 활동을 펼칩니다. 컴백 활동이 끝나도 스케줄표는 빼곡한데요. 예능, 광고, 해외 투어, 페스티벌과 행사, 팬미팅, 자컨(자체 콘텐츠) 등 컴백 전후로 수많은 일정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죠.
특히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면서 아이돌의 하루는 프로젝트 단위 업무로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 서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를 통한 바이럴, 브랜드 협업, 팬덤 플랫폼을 통한 소통까지 커리어에 직결됩니다. 숨 가삐 돌아가는 일정 속 학업을 병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에 무대 밖에서 자신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되레 눈길을 끌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진학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거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오늘날 아이돌에게 수능은 단순히 진학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어떻게 성장을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랄까요. 누군가는 무대에서, 또 누군가는 시험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을 이어가는 거죠. 수능을 포함해 각자의 '시험'을 앞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