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인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대조적인 실적을 보고해 희비가 갈렸다. 두 기업이 시장 경쟁 격화와 가격정책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11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모두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로 수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릴리가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한 반면, 노보노디스크의 성장 폭은 감소세를 보였다.
릴리의 올해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마운자로의 매출은 약 65억2000만 달러(약 9조4637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성장했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 젭바운드의 매출은 약 35억7000만 달러(약 5조1818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성장했다. 릴리는 비만치료제 두 제품으로만 14조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주성분(티르제파타이드)이 같지만, 적응증은 각각 당뇨병과 비만으로 다르다. 두 제품 중 마운자로만 국내에 도입됐다.
릴리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가 회사의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600억~620억 달러(약 87조840억 원~89조9744억 원)에서 630억~635억 달러(약 91조4256억 원~92조1512억 원)로 상향 조정했다.
노보노디스크 역시 위고비를 앞세워 적지 않은 매출을 올렸다. 올해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병 및 비만 관리 부문 매출이 총 2157억 덴마크크로네(약 48조5044억 원)였고, 이 가운데 위고비의 매출은 약 203억 덴마크 크로네(약 4조5620억 원)로 집계됐다.
향후 매출에 대해 노보노디스크는 경쟁 심화와 가격 압박 등으로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내년도 매출 증가율을 기존 8%~14%보다 좁힌 8%~11%로 제시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기존 4%~10%보다 좁힌 4%~7%로 수정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 및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치료제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조율했다.
비만치료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당분간 마운자로와 위고비의 매출도 일정 수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경쟁 기업이 GLP-1 신약개발에 성공하거나, 복제약이 등장할 경우 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양강 구도가 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화이자는 노보노디스크와 경쟁 끝에 8일(현지시간) GLP-1을 비롯한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한 ‘멧세라’ 인수에 성공했다.
주요 시장에서 정부 및 규제기관의 압박과 가격 정책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비만치료제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정부 주도로 마운자로와 위고비의 가격이 대폭 인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와 비만·당뇨치료제에 대한 약가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구축한 의약품 온라인 구매 플랫폼 ‘트럼프Rx’를 통해 위고비는 기존 1000~1350달러(146만~200만 원)에서 350달러(51만 원)로, 마운자로는 기존 1086달러(158만 원)에서 346달러(50만 원)로 낮아진 가격에 판매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 보고서에 따르면 GLP-1 계열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00억 달러(약 43조5630억 원)로 집계됐다. 이후 연평균 15%씩 지속적으로 성장해 2033년에는 1250억 달러(약 181조5125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